한국 프로야구 막내구단 NC는 경기를 치르면서 자신의 성장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만날 때마다 눈을 씻어야 하는, ‘괄목상대’가 된 것은 오래지만 후반기 들어 변화는 무척 뚜렷하다. NC는 후반기에 치른 11경기에서 6승5패를 기록했다. 후반기 시작 3연전에서 삼성에 당한 3연패를 빼면, 지난달 23일 이후 8경기에서 6승2패의 호성적이다.
8경기 동안 팀 방어율은 3.34로 9개 구단 중 가장 낮다. 8경기에서 때린 홈런 12개는 9개 구단 중 가장 많다. 팀 전력의 안정감을 가져온 것은 수비였다. 앞선 79경기에서 60개 실책으로 최다 실책 팀이었던 NC는 최근 8경기에서는 실책을 2개만 기록했다.
NC는 후반기 들어 작지만 의미있는 몇 가지 변화를 시도했다. 우익수 김종호를 좌익수에, 주로 좌익수로 출전했던 권희동을 우익수에 포진시켰다. 김종호는 발이 빠르지만 송구 능력이 떨어졌다. 우전 안타 때 1루주자의 3루 도달을 막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김종호가 우익수로 뛰었던 이유는 앞서 삼성 2군에서 우익수를 주로 봐서 거기가 편했기 때문이다.
NC 김경문 감독은 후반기 들어 결단을 내렸다. 도루 37개(1위), 출루율 0.403(10위)의 김종호에게 수비 부담을 줄여주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대신 어깨가 강한 권희동을 우익수로 투입했다. 외야 포지션 변환은 위험한 선택일 수 있었지만 김종호와 권희동 둘 다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좋은 플레이가 이어졌다.김종호는 빠른 발로 리그 좌타자들의 휘어져 나가는 타구를 잡아냈고, 권희동은 강한 어깨로 1루주자들을 위협했다. SK와의 3연전 전승은 권희동의 ‘미친 수비’ 덕분이었다. 이만수 감독은 권희동을 두고 “수비할 때 슈퍼맨처럼 날아다니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또 하나의 변화는 마운드에서 이뤄졌다. 손민한이 불펜으로 포지션을 옮겼고, 뒷문이 한층 단단해졌다. 손민한은 후반기 5차례 불펜 등판에서 1승1세이브, 홀드 2개를 기록했다. 6과 3분의 1이닝 동안 1점만 내줬고 피안타율이 1할(20타수 2안타)밖에 되지 않는다.
팀을 발전시키는 것은 폭탄을 떨어뜨린 듯한 대규모 리빌딩 개혁만이 아니다. 소리없이 이뤄지지만, 각각의 선수에게 딱 맞는 옷을 입히는 것만으로도 팀의 짜임새가 확 달라질 수 있다. 변화 성공의 전제조건은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태도다. 김태군이 지난달 31일 후배 이재학의 완봉승 때 먼저 허리를 숙여 이재학에게 인사를 했던 것처럼 팀이 추구하는 가치인 ‘정의·명예·존중’을 선수단이 공유하기 시작했다. 구단과 선수들이 같은 곳을 바라보면 변화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두운 10년’을 털어버린 LG의 반전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감독이 보는 곳과 선수들이 보는 곳이 같을 때 힘이 솟는다. 사랑은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보는 것이다. 수많은 노래가사가 말하듯 사랑의 힘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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