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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코너가 2루로… 야구도 진화한다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3. 9. 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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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1990년대 중반, 해태 이종범으로 대표되는 유격수의 가장 화려한 장면은 3루수와 유격수 사이로 빠지는 깊은 타구를 따라가 잡아내는 것이었다. 몸을 날려 공을 잡은 뒤 재빨리 일어나 강한 어깨로 1루에 송구해 타자 주자를 아웃시키는 장면은 팬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이런 장면이 드물다. 좌익수 쪽을 향하는 빠른 땅볼 타구는 3루수가 처리하지 못하면 대개 안타가 된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확실히 유격수가 3루쪽 타구를 잡아 던지는 플레이가 줄었다”고 말했다.


그 대신 팬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장면은 2루 베이스 뒤쪽에서 자주 일어난다. 분명, 중전안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타구가 어느새 베이스 뒤쪽으로 뛰어 들어온 유격수나 2루수의 글러브에 잡히는 사례가 잦다. 안타를 기대했던 상대팀 팬들의 탄식이 이어진다. 2013 프로야구의 새로운 수비 트렌드는 ‘2루 베이스 뒤를 지켜라’다.


두산 김민재 수비코치는 “투수 유형에 따라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최근 중견수 앞 타구가 늘어난 게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2루수와 유격수를 2루 베이스 쪽으로 조금 더 가까이 붙이는 시프트를 많이 쓰게 된다”고 말했다. 두산 내야수 김재호는 “타자들의 스윙이 바뀌었다. ‘인앤드아웃’ 스윙이 강조되면서 오른손 타자들도 3루수, 유격수 쪽 강한 타구보다는 센터 쪽 타구를 많이 날린다. 좌타자들도 몇몇 당겨치는 타자들을 빼면 센터라인 쪽 타구가 많다”고 설명했다. LG 2루수 손주인도 “1·2 간 타구보다는 센터 쪽 타구에 신경을 더 많이 쓴다”고 말했다.


(출처: 경향DB)

경기 후반 1점을 지켜야 하는 상황, 주자가 2루에 있다면 2루수와 유격수는 더욱 2루 베이스 쪽으로 붙는 수비를 한다. 김 코치는 “그야말로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안타를 맞더라도 2루 주자에게 홈을 허용하면 안될 때 쓰는 시프트”라고 말했다. 대신 1·2 간, 3·유 간으로 빠지는 타구에 대비해 좌익수와 우익수가 전진 수비를 한다. 김 코치는 “센터 쪽으로 빠지는 타구는 중견수가 홈에서 2루주자를 잡기가 쉽지 않다. 송구가 가는 길의 중간에 툭 튀어나온 마운드가 있어서다”라며 “대신 좌익수, 우익수는 홈 송구가 유리한 편이어서 2루주자가 홈까지 들어오지 못한다”고 말했다. 2루수와 유격수가 간격을 좁히면 2루주자의 리드 폭을 줄이는 효과도 얻는다.2루수와 유격수가 간격을 좁히다보니 자연스레 1루수와 3루수 등 코너 수비수의 수비 범위도 넓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LG 유지현 수비코치는 “1루수 김용의, 문선재가 모두 3루수, 2루수 등 내야수 출신이다. 강한 타구 처리는 물론 좌우 타구 처리가 능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백인천 프로젝트>가 집단 지성을 통해 밝혀낸 것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4할 타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였다. 이는 스티븐 J 굴드가 메이저리그를 통해 밝혔듯 야구가 퇴행해서가 아니라 진화하기 때문에, 내적 안정성을 확보해 돌연변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야구는 투수와 타자, 수비수가 어우러지면서 끝없이 진화하는 종목. ‘핫코너’가 3루에서 2루로 옮겨가는 현상 또한 또 다른 야구 진화의 증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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