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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의 폭로와 제도적 허점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4. 3. 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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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쇼몽(羅生門)>은 실체적 진실에 대한 내용. 살인 사건을 둘러싼 4명의 진술은 모두 다른 곳을 향한다. 누군가의 말은 그 자체의 개연성만으로 실체적 진실을 담보하지 않는다. 동계올림픽 내내 시끄러웠던 빅토르 안(안현수)의 귀화 이유와 배경을 둘러싼 논란도 비슷했다. 안현수 부친의 말들은 실체적 진실과 거리가 멀었고, 그 반대는 침묵으로 진실과 멀어졌다. 진실은 제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지난 시즌 NC에서 뛰었던 외국인 투수 아담 윌크(27)가 독한 불만을 쏟아놨다. 지난해 12월 피츠버그와 계약한 아담은 최근 피츠버그 지역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 생활에 대해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고 했다. 신문은 ‘한국에서 당혹스러웠던 아담’이라고 제목을 뽑았다.

아담은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전쟁이 나면 일본으로 떠나기 위해 배를 타고 도망갈 준비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아담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전쟁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뿐”이라고 했다. 창원에서 살았던 집에 대한 불만도 털어놓았다. “약속과 달리 공원도, 식당도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선후배 문화에 대한 불만도 이어졌다. “한 살이라도 어리면 물을 가져오라고 시킬 수 있다. 안 가져오면 때려도 된다”고 했다. 아담은 “감독이 더 이상 나를 원하지 않았고 나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팀은 언론에 내가 팔 부상이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도 했다.







말들은 또다시 진실 주변을 맴돈다. NC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창원이 북한과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이라고 설득했고, 숙소는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 같은 곳이었다. 물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때리는 일은 국내에서도 쉽게 벌어지지 않는다. 아담의 팔 부상은 복잡하다. NC 구단 관계자는 “구위가 좋지 않아 감독이 ‘혹시 아픈 것 아니냐’고 물었고, 이에 ‘아프지 않은데 왜 자꾸 아프다고 몰고 가느냐’고 반응하더라”라고 설명했다. 집으로 돌려보낸 것에 대해서도 “아무래도 본인이 편안하게 느끼는 미국에서 컨디션을 회복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건의 문제는 진실 여부에 있지 않다. 아담은 한국 생활에 대한 불만을 폭로함으로써 얻을 명분이 있었다. 아담은 2009년 디트로이트에 지명됐고, 2011시즌 말 NC와 계약했다. 그때 NC는 디트로이트에 ‘이적료’를 냈다. 이를 통해 아담은 ‘지명에 따른 보류권’으로부터 벗어났다. ‘태업’에 가까운 시즌 끝에 NC를 떠났고, 아담은 디트로이트에 머물렀더라면 수년 뒤에나 얻었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따냈다. 한국행은 FA를 위한 ‘신분 세탁’ 통로였고 한국 생활 불만에 대한 폭로는 태업 의혹에 대한 정당성 확보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여전히 외국인 선수에 대한 ‘다년계약’을 허용하지 않는다. 한 구단 고위관계자는 “솔직히 외국인 선수 영입 때 ‘1년만 지나면 FA가 될 수 있다’고 설득한다”고 말했다. 한화가 외국인 투수 앤드루 앨버스를 영입했을 때 미국 현지 언론은 ‘앨버스는 1년만 뛰고 돌아오면 FA 자격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원래는 2019시즌이 끝난 뒤에야 취득 가능한 자격이다. 태업과 부진은 그 경계를 가르기가 쉽지 않다. 지금 제도라면 제2의 아담이 나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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