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시즌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고 은퇴한 토니 라루사 전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자신의 책 <마지막 스트라이크 하나>에서 스프링캠프 동안 감독이 선수들을 살필 때 중요하게 여겨야 할 3가지를 꼽았다. 기본기와 정신력, 그리고 몸 상태다.
기본기는 이른바 ‘루틴’이라고 불리는 아주 간단한 플레이를 뜻한다. 라루사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단순한 플레이, 이를테면 번트 한 개나 평범한 땅볼 타구 처리 하나가 정규시즌 우승은 물론이고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가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라루사는 “기본기 훈련에 있어서 ‘대충’은 절대 허용되면 안된다”고 했다.
정신력은 단순히 팀을 위한 마음, 이기겠다는 투지를 넘어선다. 물론 강한 정신력이 동반돼야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야구 지능’, 즉 ‘베이스볼 IQ’다. 지금 팀이 어떤 상황인지, 어떤 수비 형태를 가져야 하는지, 아웃카운트를 버리고서라도 주자를 보내야 하는 상황인지를 이해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야구에 대한 이해가 스프링캠프 참가 선수들 전체에게 받아들여져 있지 않으면 실제 경기에서 밸런스가 깨지고 만다.
그리고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몸 상태다. 라루사 전 감독은 “자신이 데리고 있는 선수들의 모든 것을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한다”면서 “다리·몸통·팔·손 등의 상태를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앞서 언급한 기본기와 정신력이 모두 몸 상태에서 나온다. 몸이 만들어져 있지 않으면 기본기를 수행할 수도 없고, 경기 흐름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반응할 수 없다. 최근 한 팬이 트위터를 통해 멘션을 보냈다. 요약하자면 ‘스프링캠프 야간 훈련 사진은 고된 훈련에 대한 강박을 전해줄 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어린 선수들에게 야구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소’라는 내용이다.
라루사에 따르면 훈련량이라는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훈련에 따라 나타나는 몸 상태라는 실질이 더욱 중요하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의 훈련량은 상상을 초월하지만 캠프를 거친 선수들의 몸 상태는 그 결과를 함께 보여준다. 이를 바탕으로 기본기와 야구를 향한 이해가 가능하다.
오승환·이대호·류현진이 스프링캠프에 참가했거나 곧 참가한다. 오승환의 검게 탄 얼굴과 이대호의 야윈 뺨은 굳이 훈련 장면이 아니더라도 그들의 각오와 준비를 제대로 보여준다. 최근 다저스는 류현진이 푸이그와 끌어안는 사진을 트위터로 공개했는데, 그 사진에서 드러난 류현진의 다리근육은 그의 준비를 또한 잘 보여준다. 일본의 내야수 니시오카는 ‘야구는 안 보이는 곳에서 열심히 하는 스포츠’라고 했다. 진짜 준비는 보여지는 곳이 아니라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이뤄진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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