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도 마운드의 성적이 빼어났다고 보기 어려웠다. 팀 방어율은 4.08. 8개팀 중 4위. 타격 역시 비슷했다. 팀 타율 0.260은 5위였다. 장타율은 엉망이었다. 0.362는 리그 꼴찌였다. 팀 홈런이 겨우 48개밖에 되지 않았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가 겨우 3명이었다. 두 자릿수 홈런을 때린 타자는 딱 한 명. 12개를 기록했다. 심지어 주전도 아니었다. 주로 대타로 나오는 선수였다.
거포로 기대를 모았던 타자는 타율 0.229에 5홈런에 그쳤다. 그나마 대졸 신인 타자가 타율 0.295에 6홈런, 30타점을 기록해준 게 다행이었다. 그때 용감하게, 외국인 선수로 타자를 영입했는데 47경기에서 타율이 0.218이었다. 홈런은 겨우 1개였다. 마운드도 심각했다. 에이스 한 명만 겨우 제 몫을 했다. 방어율 2.33으로 1위에 올랐다. 14승5패는 팀이 도와줬더라면 훨씬 높아질 수 있는 성적이었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가 에이스 단 한 명밖에 없었다. 외국인 투수를 무려 3명이나 썼지만, 누구도 활약하지 못했다.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자랑했던 투수는 14경기, 3승6패만 남겼다. 나머지 2명이 22경기에 나와 2승7패를 했다. 그 메이저리그 투수와 무척 친했던 고졸 2년차 왼손 투수는 48경기에 나와 5패, 5홀드, 방어율 5.83을 기록했다.
9년 전 2차 1순위였던 투수는 그나마 2세이브, 8홀드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군입대 등으로 4년 만에 1군 무대에 오른 터였다. 반면, 3년 전 1차 지명이었던 투수는 15경기 나와 1승1패, 방어율 3.57이었다. 2년 전 2차 1순위 투수는 50경기에 나와 5승2패, 1세이브, 5홀드를 기록했다. 방어율이 3.66이었다. 그저 그랬다. 대신 2년 전 화려하게 입단한 강속구 투수는 마무리 투수 가능성을 이어갔다. 26세이브에 방어율 1.71을 기록했다.
이듬해 시즌을 앞두고, 이 팀을 4강 후보로 꼽는 이는 거의 없었다. 스포츠경향은 2009시즌 개막을 앞두고 설문조사를 했는데, 이 팀의 예상 전력은 5위권이었다. 그나마 에이스와 마무리의 존재 덕분에 마운드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덕분이었다. 전년도 우승팀이었던 SK가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팀은 바로 2008년의 KIA였다. 그리고 누구나 다 알 듯, KIA는 대졸 신인 타자의 이듬해 끝내기 홈런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다. 장타율 0.362는 0.427(리그 4위)로 치솟았다. 0.229, 5홈런이던 최희섭이 0.308, 33홈런 타자로 변신했다. 대졸 신인 타자 나지완은 23홈런 타자로 성장했다. 시즌 초반 트레이드는 대성공이었다. 김상현은 36홈런과 함께 MVP가 됐다. 고졸 신인 내야수 안치홍은 올스타전·한국시리즈 홈런을 때렸다.
오히려 에이스 윤석민은 흔들렸다. 호세 리마와 친했던 양현종이 12승5패로 쑥 컸다. 외국인 듀오 로페즈와 구톰슨은 27승을 합작했다. 26세이브를 거뒀던 한기주가 부진했지만 10년차 유동훈은 방어율 0.53으로 완벽한 마무리 역할을 했고 유망주였던 곽정철과 손영민이 폭발한 불펜진도 완벽했다. 그러하므로, 3월 중순, 누구에게나 희망은 있다. 외국인 투수 터지고, 트레이드 대박 나고, 거포 타자의 각성, 2~3년차 유망주 투수의 성장에 고졸 내야수 한 명 폭발하면, 에이스와 마무리가 흔들려도 우승을 꿈꿀 수 있는 것이다. 유명한 안도현의 시를 빌려, 팬들에게 묻는다. 야구팀 함부로 포기하지 마라, 3월의 봄, 누구나 뜨거워질 권리가 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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