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은 지난해 10월25일 한화와 계약했다. 개막까지 5개월 정도 남았지만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비활동기간 훈련을 두고 마찰이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선수들의 기량을, 장단점을 몰라서가 아니라 ‘변화’에 걸리는 시간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시간 절약’에 나섰다. 한화는 스프링캠프 초반 캠프를 ‘이원화’했다. 일본 고치현에 메인 캠프를, 오키나와에 재활 캠프를 차렸다. 아픈 선수들도 있었지만 (김성근식 )정상 훈련을 소화할 수 없는 선수들은 오키나와 재활 캠프로 이동했다. 이 둘 사이를 왔다갔다한 선수들이 많았다.
김 감독의 별명은 ‘야신’이지만 스스로 더 좋아하는 별명은 ‘잠자리 눈깔’이다. ㄱ선수의 스윙을 지켜보면서 ㄴ선수의 수비 동작을 체크한다. 몸은 고치 메인 캠프에 있지만 오키나와 재활 캠프 선수들의 훈련 역시 살펴야 했다. ‘천리안’을 지녔다면 좋겠지만 ‘야신’은 별명일 뿐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동영상이다. 한화는 오키나와 재활 캠프에 ‘영상팀’을 꾸렸다. 선수들의 재활 훈련 과정을 캠코더에 담았고 이를 인터넷을 통해 고치 메인 캠프로 보냈다. 김 감독이 고치에서 이를 직접 살피면서 특유의 ‘잠자리 눈깔’로 꼼꼼히 지적해 오키나와 재활 캠프에 전달했다. 3루수 송광민의 한결 부드러워진 송구 동작은 이 같은 ‘야신의 동영상 프로젝트’를 통해 완성될 수 있었다. 송구 동작을 동영상으로 살핀 뒤 미세 조정을 지시해 완성됐다.
한두 마디 ‘원포인트 체크’로 해결 안될 때면 코치를 ‘출장’ 보냈다. 김 감독에게 수정사항을 전달받아 이를 직접 가서 교정하고 오는 방식이다. 쇼다 타격코치는 재활 캠프 선수들의 ‘스윙 교정’을 위해 1박2일짜리 단기 출장을 다녀왔다. 시간의 부족을 공간의 확대로 극복하고 동영상으로 거리의 차이를 메웠다. 김 감독은 마지막 1분까지 쓰기 위해 캠프 기간을 늘렸다. 선수단은 3일 돌아오지만 김 감독은 시범경기 전날인 6일까지 몇몇 선수들과 남아 훈련을 이어간다.
김 감독의 아들 김정준 전력분석코치는 팀 합류가 김 감독보다 20일 정도 더 늦었다. 지난해 11월13일 한화와 계약했다. 시간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중계부스에서 보는 한화 야구와 실제 야구는 달랐다. 병법에 따르면 지피지기지만, 일단 지기가 우선이다. 한화 야구를 살폈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스프링캠프 출발 전인 지난 1월 중순까지 한화가 치른 2014시즌 128경기를 모두 다시 봤다. 상대팀과의 흐름을 보기 위해 날짜순이 아닌 구단별 대진 순서로 꼼꼼히 분석했다. 광고를 빼고 나면 경기당 1시간30분, 128경기 보는데 192시간, 날짜로 따져도 만 8일이 걸린다. 시쳇말로 ‘무식해’ 보이지만 부족한 시간을 메우기 위해서는 무식에 가까운 ‘집중’이 필요했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 ‘초단기 속성 족집게’처럼 상대팀과 맞붙은 한화의 경기 흐름을 꿰뚫었다.
삼성에 왜 4승1무11패를 했는지, 넥센에 어떤 흐름으로 5승11패를 했는지가 보였다. 경기 상황에 따른 내야수들의 수비 위치, 상대 타자에 대한 배터리의 볼배합 등이 ‘체크 대상’으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경기 초반 상대와의 기싸움이 중요하다는 1차 분석이 나왔다. 그 분석들이 선수단에 조금씩 전파되는 중이다. 무서운 야신과 더 무서운 아들이 한화를 바꾸고 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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