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의 내야수 대럴 채니는 메이저리그 11시즌을 뛰는 동안 타율이 2할1푼7리였다. 2루수와 3루수, 유격수를 오가는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였다. 통산 홈런은 14개였다.
1979시즌, 뉴욕 메츠와의 경기였다. 채니는 후속 타자의 안타 때 홈까지 내처 달려 슬라이딩을 했다. 심판이 아웃을 선언했고, 채니가 벌떡 일어나 심판에게 달려들었다. 더그아웃에서 누군가가 뛰쳐나와 채니와 심판 사이를 막아섰다. 심판에게 채니를 대신해 거칠게 항의했고, 퇴장 선언을 당했다. 그렇게 당한 퇴장이 쌓여 158번이나 된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뜨거웠던 감독, 바비 콕스다.
퇴장당한 콕스 감독은 그길로 더그아웃 옆으로 빠져나갔다. 감독실 옆 화장실로 들어갔고, 맨손으로 변기를 때려 부쉈다. 아웃을 당하고 돌아온 채니는 부서진 채 물이 넘치고 있는 변기를 지켜봤다. 채니는 “그때 감독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해 9월 중순이 됐다. 시즌이 2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채니의 시즌 타율은 1할1푼1리까지 떨어져 있었다. 콕스 감독이 채니를 감독실로 불렀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구단은 아마도 내년 시즌 너와 계약을 하지 않을 것 같다. 이대로 방출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남은 2주일 동안 가능한 한 모든 경기에 선발 출전시키겠다”고 했고, “그래야 다른 팀들이 너를 지켜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라고 덧붙였다.
통산 타율 2할1푼7리의 채니는 마지막 10경기에서 3할3푼3리를 기록했다. 더블헤더로 치러진 1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선발 출전했다. 콕스 감독의 배려에 3할 타율로 응답했다.
메이저리그 최다 기록인 158번의 퇴장이 그런 식이었다. 선수가 판정에 항의하면 선수보다 먼저 뛰쳐나갔다. 선수를 보호하고 대신 퇴장을 당했다. 경기가 끝나면 “내가 없으니 선수들이 더 잘하더라”라고 했다. 심판 판정에 대해 물으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바비 콕스가 퇴장당한 경기의 승률은 3할8푼5리, 콕스 감독의 통산 승률 5할5푼6리에 한참 못 미친다. 감독의 퇴장은 승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승률은 낮지만, 대신 선수들의 ‘로열티’를 얻었다.
롯데 이종운 감독은 12일 한화전을 마친 뒤 “앞으로 우리 팀, 선수를 가해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야구로 승부하자”면서 “한화전은 앞으로 10경기나 넘게 남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금 거칠지만 필요했다. 선수들끼리의 갈등을 감독 스스로 끼어들어 자신의 얘기로 끌어들였다. 일부에서 욕을 먹을 수도, 앞으로 경기 운영에 큰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을 버리고, 선수를 보호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감독의 역할은 배를 이끄는 선장의 역할이다. 경기의 패배를 자신의 탓으로 여기고, 경기의 승리를 선수들 덕분으로 돌린다. 1년 전 세월호의 선장이 그랬다면, 2015년의 봄 풍경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1979시즌 마지막 10경기, 3할3푼3리를 기록한 채니는 어떻게 됐을까. 채니는 예상대로 애틀랜타와 재계약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다른 팀으로 옮기지도 않았다. 채니는 자신의 마지막 감독으로 콕스를 택했고, 그해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콕스 감독의 배려에 대한 채니의 응답이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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