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커브였다. 3-0, 6회말 2사 1루. 커브는 3루 땅볼이 됐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송신영(38·넥센)의 온몸에 땀이 흥건했다. 114㎞ 커브를 땅볼로 만들어낸 공은 직전의 137㎞ 속구였다. 140㎞를 넘지 않아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타자를 잡아낼 수 있다. KT 타자 신명철은 그 공에 헛스윙을 했고, 다음 공 커브에 3루 땅볼을 쳤다. 25일 KT전은 선발로 나선 2번째 경기였다. 앞선 KIA전(19일)에서 6.2이닝을 4안타 1실점으로 막았다. 2경기 모두 승리를 따냈고, 평균자책이 0.71이다. 송신영의 마지막 선발 등판 경기는 2006년 8월3일 잠실 LG전이었다. 마지막 선발승은 그보다 앞선 7월15일 수원 LG전이었으니 KIA전 승리는 무려 3200일 만이었다.
같은 날 마산 경기 6-2, 5회말 1사 1·2루. 박민우를 상대로 127㎞ 슬라이더, 126㎞ 체인지업을 던졌다. 몸쪽과 바깥쪽을 찌른 뒤 다시 몸쪽으로 더 느린 122㎞짜리 슬라이더를 던졌다. 당겨친 타구가 2루수 앞을 향했고, 유격수, 1루수를 거쳐 병살타가 됐다. 이닝이 끝났다. 장진용(29·LG)의 온몸에도 땀이 흥건했다. 승리 투수 요건을 채웠다.
2004년 LG에 1차지명으로 입단했다. 매년 봄이 되면 유망주 중 맨 앞에 이름이 올랐다. 구단의 기다림도, 팬들의 기다림도 길었다. 해볼 만하면 부상이 찾아왔다. 보기에 시원시원했던 150㎞짜리 강속구가 팔꿈치 부상으로 사라졌다. 마운드를 버리고 방망이를 쥐기도 했다. 이날 시즌 2번째 선발 등판이었다. 120㎞ 중반의 변화구로 타자를 잡아냈다. 마지막 승리는 2005년 4월17일 광주 KIA전이었다. 무려 3600일 만의 승리. 선발승은 데뷔 후 처음이었다.
장진용의 승리가 결정된 뒤, 대전에서는 여전히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엎치락뒤치락하던 흐름이 9회말 거세게 몰아쳤다. 한화 타자들이 연속 안타를 때렸고, 김경언의 타구가 우익수 앞에 떨어졌다. 2루주자 최진행이 거침없이 홈으로 달려 몸을 날렸다. 경기가 뒤집혔다. 한화가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팬들은 끝내기 안타를 친 김경언의 이름을 부르다, 갑자기 투수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4-5로 뒤진 9회초 2사 1·2루, 131㎞ 포크볼이 덜 떨어졌다. 정상호가 걷어 올려 적시타를 만들었다. 1점차가 2점차가 됐다. 그래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처리하는 것은 패전처리 투수의 임무다. 박재상을 상대로 던진 마지막 공은 138㎞ 속구였다. 빠르지 않지만 묵직했고, 1루 땅볼이 됐다.
지난 12일 사직 롯데전 빈볼 퇴장 이후 2번째 등판이었다. 5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엔트리에 포함된 채 받았다. 불펜이 고갈된 이날, 혼자서 2.2이닝을 막아냈다.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마친 뒤 끝내기가 나왔고, ‘승리투수’라는 선물을 받았다. 승리보다 더 큰 선물이 관중석에서 나왔다. 팬들은 “이동걸, 이동걸”을 연호했다. 이동걸(32·한화)은 2007년 삼성에 입단했지만 데뷔전은 2008년 7월22일 광주 KIA전이었다. 입단 9시즌 만에 거둔 첫번째 승리였다.
송신영은 “매 경기, 1회부터 퍼펙트 게임을 의식하며 던진다”고 했다. 장진용은 경기가 끝난 뒤 “야수들과 (최)경철형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동걸은 “아직 핵심 역할을 맡는 투수가 아니다. 불펜 투수들이 지칠 때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야구도 인생도, 시련이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견디고 버티면 기적이 찾아온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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