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오티스(41·보스턴)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지명타자다. ‘보스턴의 심장’이라고 불린다. 2013년 보스턴마라톤에서 테러가 벌어졌을 때, 테러 이후 첫 홈경기에서 오티스는 팬들 앞에서 마이크를 들었다. 걸쭉한 입담을 자랑하는 오티스답게 ‘f’로 시작하는 욕설이 많이 섞였지만 핵심 단어는 하나, ‘굳세어라 보스턴(Be strong, Boston)’이었다. 보스턴팬을 비롯한 시민들은 그의 한마디에 큰 용기를 얻었다.앞선 두 시즌 동안 성적이 형편없었던 보스턴은 2013시즌,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냈다. 새 감독이 된 존 패럴과 팀의 정신적 지주인 오티스가 팀을 변신시켰다. 가을야구에 진출했고, 월드시리즈에 올랐다.월드시리즈에서 오티스는 더욱 빛났다. 6경기에서 타율이 6할8푼8리나 됐다. 가장 빛난 장면은 1승2패로 뒤진 채 맞은 4차전 0-1로 뒤진 4회였다. 오티스는 더그아웃에서 팀 동료들을 모아 놓고 연설을 했다. 핵심은 한 가지였다. “우리는 강하다.” 오티스는 “상대 투수들도 뛰어나지만 우리는 예전에도 좋은 투수들을 많이 만났다. 지금까지 수많은 강팀들을 이겨왔다”고 외쳤다. 자니 곰스는 당시 상황을 가리켜 “24명의 유치원생들이 선생님이 말하는 걸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보스턴은 오티스의 연설 직후 곰스의 3점홈런으로 4차전을 역전시켰고, 시리즈를 뒤집었다. 6차전 승리로 보스턴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오티스는 MVP에 올랐다.오티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은퇴’를 선언했다. 2016시즌을 마지막으로 야구 인생을 접겠다고 밝혔다. 마지막 시즌 활약은 전성기 못지않다. 타율 3할4푼에 16홈런, 55타점을 기록 중이다. 타율은 3위, 홈런은 공동 4위, 타점은 아메리칸리그 1위다. 41세의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맹활약이다.프로야구 NC가 10연승의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박석민과 에릭 테임즈, 나성범 등 펄펄 나는 타자들의 힘이 세지만, 10연승의 숨은 힘은 이호준(40)이다. 1975년 11월생인 오티스와 3개월도 채 차이가 나지 않는 불혹의 나이다.13일 현재 이호준의 타율은 3할3푼이다. KBO리그 역대 40세 이상 선수 시즌 타율 1위다.(2위 양준혁 2009년 0.329) NC가 6월 들어 10경기에서 모두 이겼는데, 이호준의 6월 타율은 무려 4할1푼4리나 된다.NC 김경문 감독은 “감독의 머릿속에 남는 것은 홈런이나 타율 등 숫자보다는 경기 흐름상 중요할 때 때려내는 이미지”라며 “이호준이 그런 역할을 무척 잘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투아웃 상황 타점 부문에서 이호준은 21개로 리그 8위다. 주자 있는 상황 2사 때 타율은 3할5푼9리로 더 높아진다.경험에 따른 ‘게스 히팅’이 발군이다. 김 감독은 “어떤 상황에서 투수들이 어떤 공으로 승부할지에 대한 데이터는 물론, 투수들의 투구 습관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그 나이가 알려주는 숫자는 그 시간만큼의 경험과 노하우를 담고 있다. 승리 확률을 높여주는 상황에서의 성적을 평가하는 WPA라는 기록에서 이호준은 리그 6위에 올라 있다. 불혹의 나이, 영양가도 만만치 않다.‘한국의 오티스’라고 하자 특유의 사투리로 “아따, 그 친구도 나이 많구먼”이라고 답했다. 오티스가 마지막 시즌을 치르고 있다고 하자 덧붙인다. “나는 매일매일, 하루하루가 끝이라 생각허고 뛰니깐”이라고. 뭣이 중한지를 아는 마흔의 이호준이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