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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100번의 패배 = 100번의 깨달음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0. 8. 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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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균기자



100번의 패배를 기억할 수 있을까.



패배는 언제나 아리다. 슬프다. 누군가는 “마운드가 두려워진다”고 했다. 2004년 한국시리즈 8차전 7회말 전근표에게 역전 홈런을 맞은 배영수는 다음날 운동장에서 말했다. “그 공이 넘어간 외야 펜스 쪽을 쳐다보기도 싫다”고. 누군가는 마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프로야구 사상 100번 넘게 승리한 투수는 22명. 하지만 100번의 패배를 당한 이는 이보다 적어 딱 10명. 그 끄트머리에 SK 김상진 코치가 있다. 통산전적 122승 100패. 통산 최다승 10위, 통산 최다패도 10위.



100패 투수에게 물었다. 투수에게 패전이란 무엇일까. 김 코치는 “패전은 실패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 시즌 133경기를 치르는 야구는 ‘과정의 종목’이다. 선발투수는 한 번의 등판에서 100개가 넘는 공을 던진다. 김 코치는 “패전은 100개 중 몇 개의 실수에서 비롯된다. 그 실수를 아프게 각인시키고 반복하지 않도록 한다는 점에서 패전은 교훈을 낳는다”고 했다. 김 코치는 “100번을 졌고, 100개 넘게 배웠다”고 했다.



첫 패전에서 배웠다. 1991년 5월2일 대전 한화전 첫 선발등판. 김 코치는 “7회까지 1-0으로 앞서고 있었다. 강정길 선배한테 2점홈런을 맞은 뒤 곧이어 이강돈 선배에게 백투백 홈런을 맞아서 졌다”고 했다. 졌지만 아픈 만큼 많이 배웠다. 그건 오히려 6회까지 잘 막아낸 투구 내용. 김 코치는 “공격적인 피칭을 해야 한다는 것을 첫 선발패에서 배웠다. 그게 122승을 만들어낸 밑거름”이라고 했다.



95년은 김상진의 전성기. 6월4일 잠실 쌍방울전에서는 0-1, 완투패를 했다. 김 코치는 “그때까지 난 거만한 투수였다. 그날 0-1로 지고 나서 ‘아, 야구는 투수 혼자 하는 게 아니구나. 팀이 있고, 다음에 투수가 있다’는 걸 배웠다”고 했다. 승리를 위해 팀 타선의 득점은 필수. 삼진도 포수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김 코치는 “퍼펙트 게임, 노히트 노런은 투수의 기록이 아니라 팀 기록이 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패배는 그래서 교훈이다. 야구는 과정이고, 과정은 실수를 동반한다. 김 코치는 “잘하고도, 이기고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이겨서 배우는 것은 다음번에 그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패에서, 실수에서 배우면 ‘그렇게 하지 않는 법’을 배운다. 그러니까 안 해본 것, 새로운 걸 해야 한다. 마운드에서의 크리에이티브(창의력)는 그래서 패전에서 나온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코치가 덧붙였다. “투수가 가장 멀리해야 하는 게 있다”고. 그것은 바로 패전에 대한 두려움이다. “경기 결과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순간, 내 투수 인생은 끝난 거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두려움이 담긴 공끝은 타자의 방망이를 배겨낼 수 없다.



100번의 글쓰기는 모두 패배였다. 100(百)은 ‘백(back)’이 되어 다시 ‘백(白)’으로 돌아갔다. 패전은 김 코치의 말대로 내일의 승리를 위한 밑거름이다. 감히, 다시 시작이다. 당신의 야구도, 사랑도, 인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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