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균기자
아름다운 직구가 있을까. 투수의 손끝에서 떠난 공이 흰 선을 그리며 포수의 미트에 꽂히는. 타자가 손을 쓸 새도 없이. 완벽한.
지난 21일 대전 롯데전. 한화 류현진은 1사 1·3루에서 홍성흔을 맞이했다. 류현진의 투구수는 막 자신의 등번호 99를 넘기고 있었다. 100개째의 공이 포수 신경현을 향했다. 시속 145㎞. 몸쪽 낮은 공. 볼.
타자들에게 묻는다. “가장 치기 어려운 공이 뭐냐”고. 열 중 아홉이 답한다. “강한 직구”라고.
야구는 직구다. 현란한 수사도, 화려한 치장도 없이 정직한 공. 폴 딕슨의 야구 사전은 ‘직구(fastball)’를 가리켜 ‘최고의 속도로 엄청난 힘을 지닌 채 던져진 공’이라고 정의했다. ‘야구에서 가장 일반적인 투구’라는 설명이 덧붙는다.
류현진의 2구는 또다시 직구였다. 146㎞. 몸쪽 스트라이크.
직구를 구성하는 3요소가 있다. SK 김정준 전력분석 코치는 “볼끝이라 불리는 공의 힘이 제일 중요하다. 두번째가 스피드, 그리고 세번째는 높이”라고 했다. 류현진은 그래서 괴물이다. 볼끝과 스피드, 그리고 높이를 모두 갖췄다. 김 코치는 “오승환의 돌직구는 공이 무겁기는 했지만 높이를 갖지 못했다”고 말했다. 류현진을 ‘괴물’로 만든 것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는 체인지업이 아니라 3박자를 모두 갖춘 직구였다. 3구(102구째)는 또다시 직구. 146㎞. 볼카운트 1-2.
류현진의 직구는 올 시즌 더욱 강해졌다. 한화 최영필은 “지난해까지와 달리 팔꿈치 아프다는 소리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몸이 잘 만들어졌다.
김 코치는 “한화가 하나마쓰 코치를 영입하면서 트레이닝 파트를 강화했다. 이 때문인지 류현진의 밸런스가 무척 좋아졌다”고 말했다. 103구째는 기어를 바꿔넣었다. 148㎞.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지만 홍성흔이 때린 타구는 내야를 넘기지 못한 채 하늘 높이 떴다. 3루주자 문규현은 움직이지 못했다. 다음 타자는, 리그 최고 타자. 이대호였다. 스코어는 1-0이었다.
최향남은 “많은 투수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게 있다. 변화구를 던지면 정타를 맞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그러나 변화구는 그저 느린 공일 뿐이다”고 했다. “위기 때 던져야 하는 공은 ‘안 맞을 것 같은 공’이 아니라 ‘자신 있는 공’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이대호를 상대로 ‘자신 있는 공’을 던졌다. 초구 146㎞. 몸쪽 스트라이크. 2구째는 다시 또 빨라졌다. 148㎞. 볼카운트 2-0. 3구째 146㎞ 높은 직구는 파울이 됐다. 이대호는 웃고 있었다. 이런 승부를 본 것은, 프로야구 전체가 꽤나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공이 된 이날 108번째 공은 또다시 ‘직구’였다. 전광판에 146㎞가 찍혔고 주심의 손이 올라갔다. 류현진은 “대호형한테는 맞으면 안되기 때문에 세게 던졌다”며 웃었다. 1-0 완봉승을 만들어낸 마지막 투구 8개는 모두 직구였다.
기자가 처음 됐을 때, 무서웠던 선배는 “스트레이트 기사는 세상을 바꾼다”고 했다. 이제 말할 수 있을까. “진짜 강한 직구(straight)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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