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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의 명예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7. 1. 1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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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투표의 최대 관심사는 전 애틀랜타 외야수 데일 머피(61)의 헌액 여부였다. 머피는 1976년 데뷔해 1993시즌을 끝으로 은퇴했고, 은퇴 5년 뒤부터 15년째 명예의 전당 후보에 올랐다. 그러니까 2013년은 머피의 명예의 전당 후보 마지막 해였다. 투표를 통한 명예의 전당 헌액은 75% 이상 득표를 하지 못하면 물 건너간다.

 

트위터를 비롯해 온라인에서 머피 명예의 전당 보내기 운동이 벌어졌다. 머피의 두 아들은 물론이고, 머피를 응원하는 열성적인 팬들이 운동을 주도했고, 엄청난 숫자의 팬들이 이를 지지했다. 미국의 많은 언론들도 머피의 헌액을 응원했다.

 

머피는 애틀랜타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포수로 데뷔했지만 이후 1루수를 거쳐 중견수로 변신했다. 포수 출신 중견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흔치 않은 이력이었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데뷔 7년째였던 1982년에는 내셔널리그 타점왕과 함께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이듬해에도 내셔널리그 MVP는 머피의 차지였다. 중견수로 골드글러브를 5년 연속 받았다. 올스타에도 7번이나 선정됐다. 메이저리그 사상 MVP를 2번 이상 받은 선수 대부분이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유이’한 예외라고는 로저 매리스와 후안 곤살레스뿐이었다.

 

무엇보다 머피는 메이저리그 사상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모범적인 선수였다. 인성에 관한 한 그를 따라갈 이가 없었다. 신앙심이 깊기도 했지만 선수로서 술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

 

후배들 밥값을 대신 내줄 때도 반드시 테이블에 술이 없는 경우에만 돈을 냈다. 팬들의 사인 요청을 마다하는 법도 없었다. 다만, 몸가짐이 바르기 때문에 여성 팬과 끌어안고 사진을 찍는 것은 정중히 거부했다. 메이저리그 라커룸 분위기는 자유롭기 때문에 수건 한 장만 걸치고도 인터뷰가 이뤄지기 마련이지만 머피는 옷을 제대로 차려입지 않고는 TV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모범의 화신’ 같은 선수였다.

 

‘너를 위해 홈런을 쳐줄게’의 일화 역시 머피의 것이다. 1983년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 전, 머피는 이날 야구장을 찾은 여섯 살 소녀 엘리자베스 스미스를 만났다. 스미스는 두 손과 한 발이 없었다. 머피는 모자와 셔츠를 선물했고, 소녀가 물었다. “홈런을 쳐주시겠어요?” 머피는 그날 홈런 2개를 때렸고, 애틀랜타는 3-2로 이겼다.

 

머피는 선수생활 동안 로베르토 클레멘테상을 비롯, 선행과 관련한 상이란 상은 휩쓸었다. 모범적인 선수였고, 가장 명예로운 선수였지만 2013년 1월 결국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못했다. 득표율은 75%에 턱없이 모자라는 18.6%에 그쳤다. 통산 홈런 398개, 2111안타는 명예의 전당 암묵적 기준인 500홈런, 3000안타에 모자랐다. 선수생활 막판 무릎 부상 때문에 마지막 6시즌 동안 급격한 하락세를 겪었던 것도 감점 요인으로 평가받았다. 탈락 후 인터뷰에서 머피는 “내가 만약 65% 득표를 해서 떨어졌으면 ‘아쉽군요’라고 했을 것”이라면서도 “매년 5%를 넘겨 15년을 채웠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었고, 대단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이 시끌시끌하다. 약물 의혹을 받는 배리 본즈와 로저 클레멘스의 높은 득표 예상과 함께 베테랑 기자 머레이 채스의 백지 투표 행위도 논란의 대상이다. 톰 글래빈은 ESPN과의 인터뷰에서 꼭 명예의 전당에 올랐어야 하는 선수로 머피를 꼽았다. 머피는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못함으로써 더 큰 명예를 얻었다. 명예는 아니라고, 안 했다고, 아니 나는 잘했다고 우겨서 억지로 지켜지는 게 아니다.

 

LA에서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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