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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그래도 최향남은 꿈을 꾼다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0. 7. 1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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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균기자



훌리오 프랑코(전 애틀랜타)는 콜라를 먹지 않았다. 생과일주스가 아니면 입에도 대지 않았다. 2000년 삼성에서 뛰었을 때 프랑코는 한국 선수들이 담배를 피우는 걸 보고 화들짝 놀랐다. “선수로서 자살행위”라고 꼬집었다. 그가 은퇴한 것은 49세9개월11일째 되는 날이었다. 우리 나이로 쉰 한 살이었다.








48세254일이 되던 날, 프랑코는 메이저리그 마지막 홈런을 때렸다. 상대는 최고 좌완 랜디 존슨. 메이저리그 사상 가장 나이 많은 타자가 때린 홈런이었다. ‘최고령’ 포지션 플레이어에 만루홈런, 대타홈런, 1경기 2홈런, 대주자, 1경기 2도루. 모두 프랑코가 메이저리그에 남긴 흔적이다.



프랑코의 체력관리 비결은 3가지였다.



우선, 하루 6~7회의 식사. 프랑코는 아침에 달걀흰자 12개와 건포도, 딸기를 먹었다. 10시에 단백질 셰이크로 영양 보충. 점심식사로 생선이나 스테이크를 먹은 뒤 야구장에서 먹을 저녁 도시락을 쌌다. 단백질 위주의 식단. 집에 돌아와 잠들었다가 새벽 3시에는 깼다. 단백질 셰이크를 먹고 다시 잠자는 일상.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고 한다.


두번째는 잠이었다. 프랑코는 경기 전 항상 1시간 정도 낮잠을 잤다. 팀 동료 폴 버드는 “파워 낮잠”이라며 “마치 죽은 듯이 잤다”고 했다.



세번째가 제일 중요했다. 프랑코는 “언제나 즐거운 마음가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먹고, 자고, 즐겁게 살기.



지난 주말, 롯데행을 거부한 최향남(39)을 만났다.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물으니 “무척 어려웠지만 어찌 보면 단순하고 쉬운 결정이었다”고 답했다.



최향남의 4일은, 4년을 묶는 족쇄가 됐다. 한국에서 뛰는 동안 자유계약선수(FA) 자격에 딱 4일이 모자랐고, 이 때문에 2008년 당시 해외에 진출하려면 1년을 더 뛰어야 했다. 그는 “4일 때문에 1년을 더 보낼 수는 없었다”고 했다. 결국 FA가 아니라 포스팅을 통해 해외에 진출했던 최향남은 롯데와 계약할 경우 4년을 다시 묶여야 했다. 최향남은 특별계약을 통해 올시즌이 끝난 뒤 다시 해외 진출이 가능하길 원했지만, 롯데는 ‘규약대로’를 주장했다.



최향남은 “내 꿈은, 야구를 하는 게 아니라 공 1개라도 메이저리그에서 꼭 던져 보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3년간 잡힐 듯 잡히지 않았던 꿈이었다. 꿈은 언제나 꾸는 자의 한 걸음 앞에서 도망치기 일쑤다. 하지만 그 꿈을 좇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최향남의 새카맣게 그을린 얼굴에선 행복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남미 선수들은 나이를 속인다더라”고 했더니 “정말로, 거기선 20대 후반이라고 거짓말해도 믿는다”며 또 환하게 웃는다. 마이너리그 무용담을 듣느라 3시간이 후딱 지났다. 최향남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포도주스’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단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 우리 나이 마흔. 주스 한 방울도 쉬 입에 털어넣지 않는 것은 꿈을 위해서다. 그의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누구도 꿈을 향한 도전을 막을 수는 없다.



최향남의 도전과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꼭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기를. 그럼 그를 보고 누군가는 살을 뺄 테고, 누군가는 금연을 할 테고, 누군가는 꼭 용기를 내어 고백을 할 테다. 그로부터 배운 용기와 의지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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