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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KIA의 ‘야성’은 어디 갔나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0. 7. 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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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균기자



KIA 연패의 시작은 지난 6월18일 SK전부터지만 조짐은 훨씬 일찍 똬리를 틀고 있었다.







3월27일 KIA는 두산과 잠실에서 시즌 개막전을 벌였다. 선발은 아퀼리노 로페즈였다. 3회말 수비에서 일이 벌어졌다. 1사 3루에서 손시헌의 우선상 타구를 우익수 이종범이 뒤로 흘리는 바람에 3루타가 됐다. 계속된 1-0, 1사 3루에서 KIA 내야진은 전진수비를 택했고 이종욱의 타구는 유격수 이현곤 키를 넘었다. 이후 고영민, 이성열의 연속타자 홈런이 터졌고 김현수, 김동주의 연속 안타가 이어졌다. 스코어는 0-6이 됐다. 로페즈는 6이닝 6자책점을 기록했지만 이종범의 실수와 전진 수비가 없었다면 3회말 수비는 1-0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KIA 조범현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수비 실수 이후 홈런 2방 포함, 연속 안타로 4점을 더 내준 로페즈를 꾸짖는 대신 김동재 수비코치를 포함해 야수진을 나무랐다. 당시 잠실에서 만난 KIA의 한 선수는 “포수 출신 감독님은 투수들의 예민한 성격을 잘 안다. 투수를, 특히 에이스를 혼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나비 효과일지도 모르겠다. 로페즈는 이후 등판에서 거만해진 듯했다. 승리를 따내지 못하자 잘 알려진 대로 마운드 위에서, 더그아웃에서 이것저것 내팽개치며 분풀이를 해댔다. 분위기를 망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전염이 됐을지도 모른다. 또 한 명의 에이스 윤석민은 6월18일 SK전에서 패한 뒤 라커룸 문을 손으로 쳤다가 새끼손가락이 부러졌다. 공교롭게도 KIA의 14연패는 그날부터였다. 20일 경기에서는 서재응이 글러브를 바닥에 팽개쳤다. 여기저기서 ‘위험신호’가 켜졌다. ‘타이거즈다운 근성’이라는 평가와 ‘팀워크를 해치는 추태’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KIA는 후자를 택했다. 더그아웃 소란 금지령을 내렸다. 구단 고위층의 지시라는 얘기가 돌았다. 우승팀답게 플레이하라는 지시였다. KIA는 근성 대신 체면을 택했고, 이후 경기 결과는 잘 알려졌듯 14연패로 이어졌다.



시작은 개막전부터였을지 모른다. 로페즈는 거만해졌고, 투수진에 전염됐고, 구단 고위층으로부터 ‘억제책’이 내려졌다. 이후 KIA는 얌전한 플레이를 했다. 한 야구관계자는 “SK와 KIA는 강력한 라이벌이다. 윤석민과 서재응이 흥분한 것도 상대가 SK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3연전에서 또 3연패를 하면서도 KIA 선수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12연패째인 1일 경기에서는 하나쯤 위협구가 나왔어야 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야성 잃은 호랑이는 종이호랑이”라고 했다.



사구의 숫자가 꼭 근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사구가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KIA는 연패 전 65경기에서 46개의 사구를 기록했다. 14연패 동안 기록한 사구는 4개다. 경기당 0.71개에서 0.29로 급격하게 줄었다. KIA의 야구가 뭔가 달라졌다.



연패 고리를 끊는 것은 다시 로페즈의 몫이다. 6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로 예정된 로페즈는 타자들에게 홈런 1방에 200달러, 2점홈런에 500달러의 ‘상금’을 내걸었다. 장소도 상대도 개막전 그대로다. 그러나 지금 KIA에서 상금보다 더 필요한 것은 우아한 체면야구가 아닌 예전의 근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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