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균기자
지난달 30일 문학구장에서 SK와 맞붙은 LG의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1번 이대형, 2번 이병규(24번), 3번 박용택, 4번 이병규(9번), 5번 이진영. 1번 부터 5번까지 모조리 왼손 타자였다. LG가 자주 사용하는 타선이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광주 KIA-SK전. SK는 선발 김광현을 7회 2사 때 마운드에서 내린 뒤 정우람(7회), 이승호(8회)를 연달아 올렸다. 김광현, 정우람, 이승호는 모두 왼손 투수였다.
줄줄이 왼손 타선과, 줄줄이 왼손 투수는 상식에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죽 늘어선 왼손 타선은 상대 팀 왼손 중간 계투의 등판을 오히려 도울 수 있다. 연달아 나오는 왼손 투수 또한 상대 타자들에게 좌우 투수 교체 등판처럼 혼돈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야구는 타석의 위치, 던지는 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LG 이대형은 2년 연속 60도루를 성공한 타자. 2번 타선의 이병규(24번)는 직구에 강하다. 이대형이 출루하면 도루를 막기 위해 직구를 던져야 하지만, 이병규가 마음에 걸린다. 당겨치는 타자로 우전 안타가 되면 단숨에 1, 3루다. 복잡하다. 3번 박용택은 다시 발이 빠르다. 주자가 쌓여도 병살 플레이가 쉽지 않다. 이병규(9번)는 좌중간, 우중간을 노리는 갭(Gap) 히터다. 이진영의 스윙은 왼손 투수의 슬라이더도 잡아채 센터 쪽을 노린다.
왼손 투수를 올리면 되겠지만, 한국 프로야구의 왼손 중간계투 대부분은 1~2타자를 상대하는 ‘원포인트 릴리프’에 익숙하다. 줄줄이 늘어선 5명을 모두 상대하기 벅차다.
SK의 왼손 계투진도 단순한 왼손이 아니다. 김광현의 뒤를 이은 정우람은 KIA 오른손 박기남 타석 때 올라왔다. 정우람은 왼손 투수지만 오른손 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2할1푼3리밖에 안될 정도로 강하다. 수준급 체인지업 덕분이다. 그러나 체인지업은 실투가 됐을 때 홈런이 나올 수 있으므로 힘있는 타자는 조심스럽다.
그래서 8회 2사 뒤 나지완 타석 때 SK 김성근 감독은 마무리 이승호를 올렸다. 같은 왼손이지만 이승호는 떨어지는 변화구를 가졌다. 이승호의 슬라이더는 올 시즌 떨어지는 각이 더 커졌다. 힘있는 타자를 상대하기 유리하다. 이승호는 KIA 나지완을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9회 첫 타자 최희섭도 삼진 처리했다. 경기는 SK의 4-0 승리. 정우람-이승호는 지난달 20일 두산전에서도 7회부터 나와 이어던지며 1점차 승리를 지켰다. 이승호로 넘어가는 타이밍은 그때도 힘있는 타자 이성열부터였다. 이승호는 이후 김현수-김동주-최준석을 잡아냈다.
자, 이제 왼손에 대한 편견을 버릴 것. 야구건, 세상사건. 던지는 손이 어떤 손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공을 던지느냐가 중요하다. 곧 다가올 선거도 마찬가지다. 손이 아니라 공을 볼 것. 그리고 정확히 맞힐(찍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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