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균기자
10일 현재 최다안타 공동 1위(48개) 손아섭의 이름은 잘 알려진 대로 손광민이었다. 2008시즌을 마친 뒤 이름을 바꿨다. 야구를 잘하기 위해서였다. 유명 작명소에서 이름을 골랐다. 효과는 확실했다. 손아섭은 최다안타 1위는 물론 33득점으로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타격에서도 3할5푼으로 3위, 출루율 0.418로 리그 7위다.
롯데에는 유난히 개명 선수가 많다. 2루수 박남섭은 현재 박준서라는 이름으로 뛴다. 1루수 박종윤의 원래 이름도 포철공고 시절까지는 박승종이었다. 유격수 문규현의 이름은 문재화였다. 투수 오병일도 오수호로 바꿨다.
대부분 선수들이 이름을 바꾼 것은 야구를 잘하기 위해서. 하지만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왼손 투수 완디 로드리게스가 에니 카브레야로 개명한 이유는 야구를 ‘하기’ 위해서였다.
도미니카공화국의 완디는 15세였던 1994년 야구를 위해 학교를 그만뒀다. 대신 메이저리그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남미 곳곳의 ‘야구 아카데미’는 나이 어린 선수들을 조기에 발굴해 메이저리그에 ‘납품’하는 선수양성소였다.
완디는 4년 동안 외야수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19세가 됐을 때 아카데미 교장은 투수 전향을 권유했다. “좋은 어깨를 가졌다. 메이저리거가 되기 위해서는 투수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 19세 유망주는 이미 상품 가치가 없었다. 완디는 동네 후배의 신분을 빌렸다. 나이 17세, 이름은 에니 카브레야. 에니는 99년 휴스턴과 5000달러에 계약했다.
그렇게 에니로 산 지 4년째, 그는 다시 완디로 돌아와야 했다. 진짜 에니가 주민등록증이 생길 나이가 됐고, 에니로는 더 이상 미국 비자를 유지할 수 없었다. 완디는 구단에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이름은 완디, 실제 나이는 23세. 완디는 “에이전트가 일을 처리하는 동안 너무 겁나 주차장에서 차 안에 숨어 있었다”고 했다. 휴스턴은 나이가 좀 많지만, 재능 있는 왼손 투수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름을 되찾고 자신감도 함께 찾아왔다. 진짜 자신의 이름을 새긴 채 던지는 공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8년이 흐른 지금 완디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커브를 던지는 투수가 됐다.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완디는 샌프란시스코 배리 지토를 능가하는 커브의 달인이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야구는 더 강할 수 있다. 두산 임태훈은 초등학교 3학년 꼬마시절부터 “제2의 누구가 아닌 임태훈이 되고 싶다”고 했다. 선발 변신에 성공했고 남은 시즌 두산의 선발 한자리를 보장받았다. LG의 전신 MBC의 김용윤과 김용운 중 김용윤은 이름을 ‘바위’로 바꿨지만 LG의 이병규 둘은 모두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뛴다. 이름을 두고 벌이는 경쟁은 둘 모두를 강하게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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