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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홈런군단 변신시킨 ‘22년 두산맨’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0. 4. 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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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균기자



일본 프로야구를 거쳤지만 입단 테스트는 거부당했다. 1988시즌을 앞둔 겨울이었다. 한창 한국 프로야구에 재일동포 바람이 불 때였지만 OB 베어스의 벽은 높았다. 운영팀장은 그에게 테스트 탈락을 밝혔다. 그러나 그날도 그는 훈련에 빠지지 않았다.






운영팀장에게 그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중에 OB구단 사장이 된 경창호 당시 운영팀장은 “그 근성에 반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91시즌 태평양으로 트레이드됐던 1년을 빼고는 단 한 번도 베어스의 유니폼을 벗지 않았다. 테스트 탈락 사실을 알고도 배팅 케이지에서 배트를 휘둘렀던 그는 올시즌 ‘홈런 군단’으로 변신한 두산 타선을 만든 송재박 타격코치다. 지난 시즌 팀홈런 꼴찌였던 두산은 가장 넓은, X존도 없는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2010시즌 개막 뒤 6경기에서 홈런 11개를 때렸다.



송 코치는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했다. “전임 김광림 2군 감독이 잘 만들어둔 데다 유재웅, 이성열 등 힘있는 타자들이 라인업에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년이 흘렀어도 발음에는 일본 냄새가 남아 있다. 하지만 두산 유니폼을 입은 지 22년째. 코치로 임용된 것만 따져도 92년부터니까 올시즌이 벌써 19번째 시즌이다. 프로야구 사상 한 팀에서 가장 오래 코치를 맡은 최장수 기록이다. 롯데 박영태 코치(93년~현재)를 1년 뛰어넘는다. 한 팀을 20년 넘게 지킨 힘은 전통을 무기로 갖는다. 송 코치는 “오래 한 팀에 있다보니 선수들의 성격을 잘 안다”고 했다. 일본 프로야구 시절 포수였던 그는 “양의지는 김태형 코치도 인정하겠지만 참 얌전하게 경기를 풀어나간다. 그 속에 노림수를 가졌다”고 했다. 양의지는 주전 포수 데뷔전(3월30일 넥센전)에서 홈런 2방을 때렸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지만, 새 술을 담기 위해 부대를 벌릴 수 있는 것은 그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이의 역할이다. 부대가 제멋대로 벌어진다면 그 술이 제대로 담길 리 만무다. 송 코치는 “지금껏 한 팀에서 3명의 감독님(윤동균, 김인식, 김경문)을 모셨다. 선수들을 잘 알다보니, 감독이 원하는 팀 컬러에 맞도록 선수들을 이끌 수 있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송 코치는 “워낙 오래 있다보니 선수들이 날 코치가 아니라 동네 아저씨로 대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 아저씨는 김경문 감독(52)보다 두 살이 많은, 두산 코치 중 최고령이다.



그렇게 두산 타선은 변했다. 송 코치의 조언대로 타격폼을 조금 바꾼 고영민은 벌써 홈런 2개를 때렸다. 타격 때 앞선 왼발을 들어올리지 않고 제자리에 놔둔 덕분이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팀 타선이 홈런 수를 늘린다는 것은 어쩌면 ‘야구 이론’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 하지만 두산은 20년을 바꾸지 않은 전통의 힘 속에 타선의 컬러를 확실히 바꿔가고 있다. 그리고 시즌 초반,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체인지 몬스터’는 변화에 저항하는 고집을 뜻하는 말. 하지만 변화를 거스르는 그 괴물을 잡는 것은 그 세월을 오랫동안 지켜온 전통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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