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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슬로건 = 소원을 말해봐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0. 3. 2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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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프레이즈, 혹은 슬로건. 상대방의 주의를 끌기 위한 문구나 표어. 특히 사전에 따르면 ‘슬로건’이라는 단어는 스코틀랜드에서 위급할 때 집합신호로 외치는 소리(Sluagh-ghairm)에서 나온 말이다. 프로야구 개막. 8개 구단의 캐치프레이즈, 혹은 슬로건.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 그리고 2010 시즌의 목표다.

디펜딩 챔피언 KIA는 ‘Team & Fan First! Go Go V11’을 내세웠다. 지난해와 숫자 하나만 빼고 완전히 똑같다. 10을 11로 바꿨을 뿐이다. 징크스일지도 모른다. 지난해 잘됐으니 올해도 그렇게. ‘우주의 기운’을 언급했던 팀이기도 하다.



SK는 4년 만에 캐치프레이즈를 바꿨다. 올 시즌에는 ‘Go Green! Enjoy Baseball!’을 내걸었다. 지난해까지는 ‘Fan First! Happy Baseball’이었다. 우승 2번, 준우승 1번의 여유? 목표 성적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점점 더 야구와 멀어지는 분위기다.

두산은 우승에 ‘올인’했다. ‘All In V4! Hustle Doo 2010!’. 우승을 향한 방법은 역시 허슬. 이전의 ‘스피두’와 ‘파워두’를 빼 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시즌 두산은 팀 도루(129개) 4위로 밀렸고 팀 홈런(120개)은 꼴찌로 처졌다. 닥치고 허슬이다.

롯데는 ‘Fighting to the Top, 2010!’. 이번에도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직접 정했다. 첫해 No Fear, 이듬해 Something New Just For You에서 올해는 처음으로 성적을 언급했다. 확실히 가을야구도 좋지만, 팬들은 조금 더 나은 성적을 원한다. 그게 Top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삼성은 조용히 ‘New Beginning’을 걸었다. 지난 시즌, 12년을 개근하던 가을잔치에 결석했다. ‘새로운 시작’이란 뜻인데, 팀에 새 얼굴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아 참, 장원삼. 그런데 이미 1년 전에 삼성 유니폼을 입었더랬다.

넥센의 ‘Go For The Championship’에서는 조급함이 드러나지 않는다. 챔피언십을 향해 가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목표는 5위?

LG는 팀컬러를 확 바꿨다. 더 이상 신바람에 매달리지 않는다. 대신 ‘근성의 LG! 팀워크의 트윈스!’를 꿈꾼다. 잘 생각해 보면, 확실히 근성도 없었고 팀워크도 없었다. LG 팬들이 더 잘 알고 있다. 팬들은 말이 아니라 실천을 원한다. 오래 기다렸다.

한화의 ‘극기상진(克己常進)’은 어쩐지 좀 슬프다. ‘자기를 이기고 항상 나아간다’는 뜻. ‘하면 된다’는 새마을운동의 야구 버전을 보는 듯하다.

목표는 태도를 낳고 태도는 결과를 낳는다. 그 목표, 다들 달성할 수 있기를. 그런데 갑자기 드는 의문 하나. 앞 6팀은 몽땅 영어다. ‘아륀지’ 정권 3년차의 영향 때문일까. KBO의 2010 캐치프레이즈는 사실상 정권과 코드를 맞춘 ‘녹색성장’과 ‘사회봉사’다.

아하. 지난 시즌 7·8위에 그쳤던 LG와 한화는 영어로 설명하기에는 팀 사정이 너무 급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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