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균기자
메이저리그 포수 칼튼 피스크(63)는 홈런 타자였다. 마이크 피아자가 기록을 깨뜨릴 때까지 피스크가 마스크를 쓴 경기에서 때린 351홈런은 포수 최다홈런 기록이었다. 홈런을 칠 수 있는 포수는 블로킹과 볼배합만 좋은 포수보다 훨씬 더 팀 승리에 보탬이 된다.
피스크는 보스턴에서 뛸 때 찍어치는 다운스윙 타자였다. 조지 F 윌이 쓴 <일하는 사람들-야구의 기술>에 따르면 피스크는 그 스윙만으로도 펜웨이파크 왼쪽 담장, 그린 몬스터를 넘기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피스크는 1980년까지 9시즌 동안 홈런 160개를 때렸다.
81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옮긴 뒤 피스크의 홈런은 겨우 7개로 줄어들었다. 피스크의 스윙으로는 펜웨이파크보다 훨씬 넓은 코미스키 파크 담장을 쉽게 넘길 수 없었다. 홈구장이 바뀐 만큼 변신이 필요했다. 피스크는 타격 코치 찰리 루와 스프링캠프 내내 씨름했다. 루 코치는 장타보다 타율을 중요하게 여기는 코치였지만 기꺼이 피스크의 장타력 향상을 도왔다. 당시 감독 토니 라루사는 “둘은 원정 시범경기에 빠지고 남아 훈련할 정도로 스윙 교정에 열심이었다”고 떠올렸다.
피스크의 노력은 성공했다. 피스크는 82시즌 홈런을 14개로 늘린 뒤 차츰 홈런수를 키웠다. 85년에는 자신의 생애 최고인 37홈런을 때렸고 실버 슬러거상을 받았다.
매일 경기를 치러야 하는 야구는 습관의 종목이다. 경기의 절반을 치르는 홈구장 적응은 자신의 습관을 결정한다.
피스크는 FA로 팀을 옮긴 뒤 홈런 숫자가 뚝 떨어졌다. 한국이었다면 ‘먹튀’소리를 시즌 내내 뒤통수에 달고 살았어야 할 성적이었다. 하지만 첫 시즌 뒤 스윙을 바꾸는 대변신을 택했고, 피스크는 화이트삭스의 개인통산 홈런 기록을 바꾸는 타자가 됐다.
트레이드는 그래서 더 쉽지 않다. LG팬들이 머리를 쥐어뜯는 트레이드 또는 선수 영입 몇 가지는 대부분 해태 또는 KIA와 이뤄졌다. 광주구장을 홈으로 쓰다가 잠실구장으로 넘어온 타자들은 팬들의 기대를 채우지 못했다. 홍현우의 홈런은 한 자릿수에 그쳤고 마해영도 2시즌 동안 홈런 6개에 머물렀다. 장타에 대한 조급함은 타자들의 타격 밸런스를 무너뜨렸다. 한대화(한화 감독) 또한 트레이드 첫해(94년·0.297) 이후 성적은 좋지 않았다.
반면, LG에서 해태·KIA로 옮긴 타자들은 적응이 빨랐다. 대표적인 타자 김상현은 지난 시즌 KIA에서 만개했다. LG에서 옮긴 두산 이성열의 시범경기 활약에 LG가 또 긴장했다는 후문. 누군가는 ‘저주’라고 표현했지만, 문제는 야구장의 크기였을 가능성이 높다. 김상현은 “변화구를 제대로 맞히지 않아도 넘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주목해야 할 선수 한 명. 잠실을 홈구장으로 쓰다가 대전으로 옮긴 한화 이대수. 타석에서 노림수가 강한 이대수의 8시즌 통산 홈런 10개는 올해 한 시즌 홈런 개수로 바뀔 수도 있다. 개막 2연전 동안 이대수의 타율은 무려 5할7푼1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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