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필립 험버는 지난달 22일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통산 21번째 퍼펙트 게임을 달성했다. LA 에인절스의 제러드 위버는 지난 3일 미네소타 트윈스를 상대로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다. 11일만에 두 번의 무안타 완봉승 경기가 나왔다. 메이저리그는 최근 노히트 노런이 흔해졌다. 2010시즌 이후 2시즌이 조금 넘는 동안 무려 11번이나 나왔다.
한국 프로야구 1군 경기에서 아직 퍼펙트 게임은 없다. 정규시즌 기준으로 노히트 노런이 지금까지 10번 나왔다. 가장 최근의 노히트 노런 경기가 2000년 5월18일 광주 해태전에서 송진우가 달성한 것이니, 한국 프로야구 팬들은 12년 동안 단 한 번의 노히트 노런도 볼 수 없었다.
미국 스포츠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의 톰 버두치 기자는 최근 메이저리그의 노히트 노런 ‘인플레이션’을 분석했다. 버두치에 따르면 메이저리그는 2010시즌 이후 지금까지 5290경기에서 11번의 노히트 노런 경기가 나왔다. 481경기 당 한 경기 꼴이다.
‘투수 강세’의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투수들이 ‘구속’ 보다는 ‘공 끝의 움직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공 끝에 집중하는 쪽이 ‘정타’가 나올 확률을 줄인다. 상대 타자의 타구 방향을 분석해 수비 위치를 조정하는 기술이 늘어난 것과 함께 상대 타자들의 약점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전력 분석이 강화된 것도 이유다. 재능있는 어린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진입 가능성이 높은 포지션인 투수를 우선 지망한다. 어린 시절 부터 아예 투수만 ‘전문적’으로 하는 선수들도 늘었다.
약물의 시대가 끝났다는 점도 투수가 유리하게 된 이유다. 이전 보다 더 많은 타자들이 부상자 명단에 오르고, 경기 출전 일수도 줄었다.
상황은 한국 프로야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의 유망주들도 대부분 투수를 지망하고, 어린 시절부터 ‘전문 투수’로 길러진다. 팀들의 전력 분석도 해마다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약물과는 무관하지만 전 경기 출전 선수가 이제는 흔하지 않다. 한국 투수들도 공 끝의 움직임에 집중한다. 그런데 왜 한국 야구에서는 노히트 노런 경기가 12년째 나오지 않을까.
버두치 기자는 노히트 노런 인플레이션 이유에 ‘메이저리그 타격 문화에 있어서 삼진에 대한 관용’을 더했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삼진을 당한다고 해서 비난을 받지 않는다. 삼진은 ‘당연하게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타자들은 삼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 ‘짧은 스윙’은 대부분의 타자에게 의무에 가깝다. ‘커트’는 타자가 익혀야 할 고급기술이다. 한국 야구에서 삼진을 당하고 웃으면 ‘혼’이 날 수도 있다.
노히트 노런이 사라진 것은, 그래서다. 삼진을 둘러싼 문화의 차이. 한국 타자들의 삼진에 대한 압박은 투수를 더욱 귀찮게 괴롭혀야 하는 의무로 작용 된다. 험버도, 위버도 국내 타자들과 만났다면, 대기록이 쉽지 않았을게다. 국내팬들은 투수의 대기록을 만나기가 그래서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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