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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오심의 심리학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2. 6. 2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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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새벽, 한국야구위원회(KBO) 홈페이지가 불통됐다. 방문자 수가 갑자기 늘어난 게 이유였다. 10구단 창단을 무산시킨 이사회의 어이없는 결정에 따른 항의가 아니었다. 오심이 문제였다. 전날 대전구장에서 LG가 0-1로 뒤진 5회 무사 2루, 전일수 1루심은 이병규(9번)의 절묘한 보내기 번트를 아웃으로 판정했다. 이병규는 심판에게 몸을 부딪히며 거칠게 항의했고, 김인호 1루코치가 뒤이어 심판을 손으로 밀쳤다. 판정 번복은 없었다. 이병규 대신 김 코치가 퇴장을 당했다.


 같은 날 잠실경기 넥센이 3-1로 앞선 5회 1사 3루에서 박병호의 외야 뜬 공 때 3루주자 정수성에 대한 포수의 태그가 늦었음에도 아웃 판정이 났다. 넥센이 1점을 더 도망갔다면 두산 벤치는 니퍼트를 교체할 예정이었다. 판정은 승부를 갈랐다.



 오심이 잦다. 수도권 팀의 한 코치는 “한 경기에 2~3개는 꼭 나오는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한 코치는 “차라리 프로야구 경험이 없는 심판들이 보는게 낫겠다”고 했다.


 한국프로야구 심판들은 ‘엘리트’들이다. 대부분 프로야구 경험을 지녔다. 미국과 일본보다 ‘정확한 판정’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게 문제가 된다. 심리학적으로 따지자면 일종의 ‘인지 편향’을 갖는다는 것이다. 중계기술이 발달하고 순위 싸움이 치열해질수록 심판이 받는 압박이 커진다. 압박에 따라 ‘인지 편향’ 가능성도 심해진다. 오심의 심리학이다.


 심판들은 일단 부작위 편향을 갖는다. 부작위 편향이란 ‘개입하지 않음을 최선으로 삼는 태도’다. 심판들은 “최고의 심판은 경기가 끝났을 때 누가 심판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심판”이라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관습적 상황에서 관습적 콜이 이뤄진다. 야구의 흐름을 지나치게 잘 알기 때문이다. 보내기 번트 상황에서 아웃콜이 우선되는 경우가 그 이유다. 이병규의 아웃은 부작위 편향의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는 ‘파인 플레이 편향’이다. 야구를 잘 아는 엘리트이다 보니 ‘야구적으로 완성된 플레이’에 관대해지는 경향이 있다. 한 고참 심판은 “스트라이크는 타자가 칠 수 있는 공이란 의미다. 하지만 국내 야구에서 왼손 투수가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기가막히게 던진 몸쪽 빠른 공은 솔직히 칠 수가 없다. 그래도 그건 스트라이크다. 투수가 던질 수 있는 ‘완성된 공’에 대한 상이다”라고 설명했다. 유격수가 어렵게 잡아 송구한 공에 대해 아웃 콜이 이뤄지는 경우도 같은 이유다. 정수성의 아웃은 우익수 정수빈의 정확한 송구에 따른 ‘파인 플레이 편향’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해도, 심판의 제1원칙은 ‘정확성’이다. 2012년 발행 야구규칙 124페이지. “그러나 명심하라! 최고의 필요조건은 정확한 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심판의 권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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