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때 한국 야구 대표팀은 예상을 깨고 4강에 올랐다. 비결은 ‘형님 야구’였다. ‘투수 형님’ 박찬호와 ‘야수 형님’ 이종범이 팀을 이끌었다. 자연스럽게 위계 질서가 잡히면서도 경직되지 않았다. 어린 선수들은 이종범과 박찬호를 스스럼없이 ‘형님’이라 불렀다. 잘 짜인 ‘위계’ 속에 끈끈한 분위기가 잡혔다.
3년이 지난 뒤 2009년 제2회 대회 때는 ‘친구 야구’가 통했다. 대표팀의 핵심이었던 김태균, 추신수, 이대호, 정근우는 1982년 동기생들이었다. 청소년 대표팀 때부터 함께 팀워크를 다지며 서로를 잘 아는 사이였다. 몇년 어린 류현진, 김현수, 김광현도 청소년 대표로 아시아 선수권 대회를 함께 뛰었던 선수들이었다. 스스로 가진 ‘타격의 비밀’ ‘투구법의 노하우’ ‘상대 투수 공략법’ 등을 묻고 답했다. 업그레이드된 팀워크는 형님과 친구 사이를 뛰어넘었다. 봉중근은 김광현에게 1루 견제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한국 야구 단기전 성공의 비밀은 ‘팀워크’였다. 역설적이게도 한국 야구의 ‘강점’은 한국 야구의 척박한 현실이 가져다준 의외의 효과였다.
LA타임스는 2회 대회 때 한국이 베네수엘라를 꺾고 결승전에 진출하자 “한국 선수들은 한 달 전 처음으로 소집돼 함께 훈련할 때 서로 소개를 나눌 필요가 없었다”고 전했다.
서로를 워낙 잘 알기 때문이었다. 한국 프로야구는 8개팀이 133경기를 치르는 단일 리그다. 팀당 경기 수가 19경기나 된다. 메이저리그, 일본 프로야구와 비교해도 리그 전체로 따졌을 때 팀끼리 자주 만난다. 그만큼 다른 팀 선수라 할지라도 매우 잘 알 수밖에 없다. 대표팀급 선수라면 서로 장단점은 물론 성격도 잘 안다. 한데 어우러지기가 쉽다.
고교팀이 53개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 된다. LA타임스는 당시 “한국의 고교 야구팀 숫자는 LA시 고교 야구팀보다 적다. 한국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함께 뛰거나 경쟁하면서 팀워크를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야구의 단기전은 다른 종목과 달리 ‘국제 대항전’의 기회가 적기 때문에 상대 전력을 잘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치러진다. 상대를 잘 모를 때는 오히려 자기를 잘 아는 게 기본이 된다.
선수들이 WBC 준결승 베네수엘라전에서 승리하고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경향DB)
WBC 일본 대표팀의 요다 쓰요시 투수코치는 일본 대표팀의 투수진을 75점으로 평가하며 “팀에서는 에이스라도 대표팀에서는 불펜 역할을 줄 수도 있으므로, 그 역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적어도 한국 대표팀의 ‘형님 야구’ ‘친구 야구’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다. 투수 ‘형님’ 서재응은 12일 대만으로 출국하며 “선발투수 외에 중간투수들은 언제나 경기에 나갈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한마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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