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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투혼’은 없다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3. 6. 1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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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양키스 데릭 지터는 ‘투지’의 대명사다. 양키스 감독을 지낸 조 토레의 자서전 <양키스 시대>에 나오는 투지 넘치는 지터의 한 장면.


트레이너 “X레이를 찍어야 할 것 같다.”


지터 “아니, 전혀. 내가 왜 그걸 찍어야 하지.”


트레이너 “뼈가 부러졌는지, 아닌지 확인해야 하니까.”


지터 “그게 무슨 차이가 있지? 나는 어쨌든 뛸 거야. 의사가 무슨 소리를 하든 상관없다고.”


당시 양키스의 트레이너였던 스티브 도너휴는 “지터에게 컨디션이 좋은 상태, 나쁜 상태라는 단어는 없었다”고 했다. 도너휴는 “지터는 항상 야구 경기에 뛸 준비가 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터도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와의 인터뷰에서 “야구 선수에게 아프다, 아프지 않다는 건 중요하지 않다. 오직 경기에 뛸 수 있느냐, 뛸 수 없느냐만 있을 뿐이다”고 했다.


'부상 투혼’이라는 말은 지터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다. 지터는 “경기에 나섰을 때 최선의 플레이를 할 수 없는 상태라면 경기에 나서지 않는 게 맞다. 아프지만, 열심히 뛰었다는 말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부상 투혼’은 의지의 상징이 아니라 비겁한 핑계에 가깝다.


뉴욕 양키스 데릭 지터가 보스턴전에서 끝내기홈런을 터트린 뒤 환영을 받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지난해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벌어진 일이다. 세인트루이스의 좌완 선발 투수 하이메 가르시아는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2차전에 등판이 예정돼 있었다. 가르시아는 직전 시즌인 2011시즌 월드시리즈에 2차례 등판해 방어율 1.80으로 맹활약했다. 어느 정도 호투가 기대됐지만 가르시아는 2이닝 만에 어깨 통증을 호소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 경기는 다행히 세인트루이스의 방망이가 폭발하며 12-4로 이겼다.


‘부상 투혼’이 칭찬을 받을 법도 했지만 팀 동료의 반응은 싸늘했다. “아팠지만 참고 던졌다”는 것은 팀 전체에 손해를 끼치는 일이었다. 세인트루이스는 곧장 가르시아를 디비전시리즈 로스터에서 제외시켰다. 존 모젤리악 단장은 가르시아가 부상을 감추고 마운드에 오른 데 대해 “무척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가르시아는 결국 “이틀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등판 당일 상태가 안 좋아졌다”고 변명하면서도 “분명히 내가 잘못한 일”이라고 팀 전체를 대상으로 사과해야 했다.


류현진이 선발 등판을 늦췄다. 지난달 30일 에인절스전에서 타구를 맞은 왼발의 상태가 썩 좋지 않기 때문이다. 다저스로서는 20연전을 치르는 중이어서 선발 로테이션이 헝클어지는 게 좋을 리 없다. 타구를 맞은 당일도 완봉승을 거뒀으니까, 어쩌면 무리해서 던질 수도 있었을는지 모른다. 마침 타선이 터져줘서 승리투수가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팀을 위하는 것은 ‘부상 투혼’이 아니라 ‘최선의 상태’에서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지터의 말대로 아프지만 열심히 뛴다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류현진의 선택이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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