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말해, ‘경험’의 차이는 ‘과감성의 여부’다. 안전하게 갈 것인가, 과감하게 승부를 걸 것인가.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 3차전 7회초 두산 정수빈의 호수비는 ‘과감성’의 결과였다. LG 유지현 코치는 4차전을 앞두고 “그 타구를 직접 잡겠다고 결단을 내린 것 자체가 승부의 키가 된다”고 말했다. 주저하는 순간 기회는 사라진다. 그 과감성이 두산에는 있었고, LG에는 부족했다.
두산 선발 유희관은 1회부터 과감하게 던졌다. 변화구를 노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박용택-권용관-이진영을 상대로 시속 134㎞짜리 전후 직구로 승부해 3자 범퇴를 시켰다. 자신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말을 잘 듣지 않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더욱 씩씩하게 직구를 뿌렸다. 최고구속은 시즌 때보다 더 빠른 136㎞를 기록했다.
PO4차전, 포효하는 유희관 (출처 : 경향DB)
유희관의 과감성이 가장 빛난 장면은 3회와 4회였다. 유희관은 3회 무사 1루, 윤요섭의 번트 타구를 잡아 곧장 2루에 던져서 앞 주자를 잡아냈다. 4회 무사 1·2루에서는 이병규(9번)의 번트 타구를 잡아 3루에 던져서 주자를 아웃시켰다. 유희관의 과감한 송구는 투구보다 더 빨라 보였다. 유희관도 “실제로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거꾸로, 유희관의 과감한 승부는 LG 벤치의 과감하지 못한 선택에서 나왔다. 0-1로 뒤진 3회초 무사 1루에서의 번트도 그랬지만, 4회초 무사 1·2루에서 이병규(9번)의 번트는 LG 응원석의 탄식을 불렀다. 과감성의 결여에는 벤치도 자유롭지 못했다. 거꾸로 6회 연속안타로 만들어낸 무사 1·2루, 정성훈 타석에서의 강공 선택도 실패로 끝났다. 앞선 번트 실패의 부담감이 벤치를 더욱 위축시켰다.
7회 박용택이 초구를 때려 만든 적시 2루타는 유희관의 느린 공에 대한 과감한 대처에서 나왔다. 3차전에서 결정적 홈 아웃을 당했던 대주자 이대형은 지금껏 어느 때보다 더 빨리 베이스를 돌았다. 동점이 되는 순간 잠실구장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국 또다시 과감하지 못한 승부가 발목을 잡았다. LG 선발 우규민은 7회말 무사 1루, 최재훈의 번트 타구를 포수가 지시하는데도 2루에 던지지 못했다. 타자주자를 잡은 뒤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주저하는 순간 기회는 사라졌고 결국 그 주자가 살아서 홈을 밟았다. 바뀐 투수 이상열의 폭투는 현재윤의 포구 미스에 가까웠는데, 사실 현재윤의 왼손 엄지는 정상이 아니었다. 캐칭이 쉽지 않았다. 통증이 없었다면, 엄지를 조금 더 벌릴 수 있었더라면 그 투구는 미트 안에 들어왔을 공이었다. 결과론은 항상 아쉬움을 먹고 사는 존재지만 결과적으로 LG 벤치가 마지막 순간까지 야수 부족을 걱정해 포수 3명 기용을 주저한 결과였다. 시즌 내내 빛났던 LG의 ‘정면승부’가 정작 플레이오프에선 1차전을 빼고 실종돼 아쉬웠다. 2차전에서 번트 5개는 1점만 성공했고, 4차전의 번트 시도 2번은 모두 주자를 보내는 데 실패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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