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는 2012시즌 팀 내분을 겪으며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꼴찌로 추락했다. 보스턴의 2012시즌 승률은 69승93패로 4할2푼6리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보스턴은 2013시즌 동부지구 우승뿐 아니라 세인트루이스를 꺾고 6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도 되찾아왔다. 메이저리그 사상 직전 시즌 최소 승률 팀이 거둔 역전 월드시리즈 우승기록이었다. 종전 기록은 1987년 우승한 미네소타 트윈스가 보유하고 있었다. 미네소타는 직전 시즌 승률이 4할3푼8리(71승91패)였다.
‘대역전’을 이룬 것은 피츠버그도 만만치 않았다. 피츠버그가 마지막으로 승률 5할을 넘긴 것은 1992년(0.593)이었다. 피츠버그는 이후 20년 동안 5할 승률에 못미쳤다. 가을야구에 가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5할 승률에 가장 가까웠던 시즌이 1997년과 2012년(0.488)이었다. 그랬던 피츠버그도 지난해 ‘대역전 시즌’을 완성시켰다. 피츠버그는 디비전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에 패했지만 20년 만에 팬들에게 가을야구를 선물했다.
일러스트 : 김상민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역전’이 넘쳤다. LG 트윈스는 5월 중순까지 7위에 머물러 있다가 거짓말 같은 드라마를 완성했다. 권용관의 홈스틸(공식기록은 야수선택)이 있었던 5월23일 이후 LG는 71경기에서 43승18패, 승률 7할5리를 기록했다. 71번째가 8월20일 경기였고, LG는 18년 만에 8월 1위의 감격을 맛봤다. LG가 팬들이 지난 10년간 목놓아 기다렸던 가을야구를 선물했던 것은 짜릿한 ‘역전’의 맛이었다. 거짓말 같은 역전도 있었다. 5월8일 문학 경기에서 SK는 1-11로 10점이나 뒤졌던 경기를 뒤집었다. 국내 프로야구 사상 최다 점수차 역전승이었다. 대기록에 희생됐던 두산은 시즌 후반 10점차 역전승 못지않은 짜릿한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9월12일 같은 구장에서 두산은 7회까지 0-7로 뒤졌던 경기, 9회까지 2-7로 몰렸던 경기를 3점 홈런 2방을 포함한 6안타로 뒤집었다.
넥센 박병호는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 0-3으로 뒤진 9회말 믿어지지 않는 동점 3점 홈런으로 승부를 돌려놨다. 삼성은 1승3패로 뒤져 벼랑끝에 몰렸던 한국시리즈를 3연승으로 역전시켜 3년 연속 패권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야구가 끝났어도 역전은 계속됐다. 18세 때 홀로 미국으로 떠났던 추신수는 13년 만에 텍사스와 7년간 1억3000만달러에 계약하며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1982년생 동기들과 달리 2001년 신인 지명 때 키가 작다는 이유로 ‘무지명 탈락’했던 정근우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한화와 4년간 70억원에 계약하며 인생은 지명 순이 아님을 결국 증명했다.
보스턴 선수들이 탬파베이에 디비전시리즈 4차전 승리로 챔피언시리즈에 진출하자 기뻐하고 있다(출처 :AP연합뉴스)
야구의 재미는 이처럼 짜릿한 ‘역전’에 있다. 1982년 15승65패로 꼴찌였던 삼미는 이듬해 무려 37승을 더하며 52승1무47패를 기록했다. 2014년 갑오년 새해, 누구에게나 ‘역전의 기회’는 있다.
NC의 용병 영입은 ‘기선제압’ (0) | 2014.01.21 |
---|---|
예언가 이대호 (0) | 2014.01.13 |
추신수가 양키스로 갔다면… (1) | 2013.12.23 |
박용택의 고백과 ‘야구 덕목상’ (0) | 2013.12.16 |
골든글러브 유감 (0) | 2013.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