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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의 용병 영입은 ‘기선제압’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4. 1. 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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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NC는 올 시즌까지 다른 팀보다 1명 많은 외국인 선수를 보유할 수 있다. 지난 시즌 뛰었던 투수 찰리 쉬렉과 에릭 해커 외에 또 한 명의 투수 테드 웨버를 영입했고, 메이저리그 유망주 출신 야수 에릭 테임즈와 계약했다. 시즌 내내 외국인 선수들의 리스트를 만들고 기록을 추적하는 등 일찌감치 살펴보고 준비해서 계약한 것은 여느 팀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NC는 좀 달랐다. 마지막 계약 순간에 이태일 대표가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서 선수들을 만나고 사인했다.


구단 대표는 지난해 인기 영화의 주인공 같은 관상쟁이가 아니다. 얼굴 한번 직접 본다고 그 선수의 ‘인격’과 ‘성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올 시즌 거둘 성적을 예측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지만 구단 최고 책임자가 얼굴을 맞대고 계약을 하는 것은 2가지 의미를 가진다.


일단 해당 선수에 대한 ‘존중’이다. NC의 구단 모토는 ‘명예, 정의, 존중’이다. 이재학이 팀 창단 첫 완봉승을 따냈을 때 선배였던 포수 김태군은 명예로운 기록에 대한 존중을 담아 이재학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리고 ‘대면 계약’의 또 하나의 의미는 어쩌면 그 반대 의미의 ‘메시지’ 전달이다. 일종의 ‘기선 제압’이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NC는 지난 시즌 외국인 좌완 투수 아담 윌크 때문에 꽤 속이 썩었다. 아담은 NC가 뽑은 외국인 투수 3명 중에서 가장 기대를 모았던 선수지만 구단에 녹아드는 데 실패했다. 시즌 중반에는 충분히 ‘항명’으로 비칠 만한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고, 곧 퇴출에 가까운 절차를 밟았다. NC 김경문 감독이 애써 ‘한 번’의 기회를 줬지만 불성실한 투구로 그 기회를 스스로 망쳤다.구단 대표가 직접 만났다. 새 외국인 투수 테드 웨버는 찰리와 대학 동창이자 ‘절친’으로 알려져 있다. 구단 적응에 도움이 될 만한 요소지만 되레 그는 그 반대의 인연도 함께 가지고 있다. 마이너리그에서 아담과 룸메이트였던 것이다. 아담이 NC에 대해 ‘좋은 얘기’를 했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메시지다. 이 대표의 메시지는 오히려 단순했다. 웨버에게 “우리 팀 감독이 2008 베이징 금메달 괜히 딴 게 아니다. 실력 있는 아담을 과감하게 퇴출시켰다. 우리 팀 감독이 그런 분”이라고 말했다. 웨버의 눈빛에 긴장감이 돌았단다.


4번째 외국인 선수, 테임즈에게 전해준 메시지도 비슷하다. 주로 외야로만 뛰었던 테임즈에게 팀이 기대하는 포지션은 1루수. “1루를 봐줬으면 한다”는 언급에 테임즈는 “내가 1루를 볼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한번 보기만 하면…”이라고 답했다.


야구는 분명 팀 경기이고,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이 팀을 위해 힘을 모아야 이길 수 있는 스포츠다. 웨버와 테임즈에게 전해진 것은 팀에 대한 선명한 메시지다. 감독 말 잘 들을 것, 1루 준비해 올 것.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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