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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메시지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4. 4. 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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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가 뛰고 있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론 워싱턴 감독은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아메리칸리그 팀을 이끌면서도 ‘스몰볼’(small ball)에 능하다. 텍사스는 28일 현재 도루 24개로 공동 3위, 희생번트 14개로 3위에 올라 있다. 아메리칸리그 팀 중에서는 둘 모두 단연 1위다.

‘스리번트’도 아끼지 않는다. 지난 22일 오클랜드전에서 3-3 동점이던 8회초 무사 2루 때 지명타자 미치 모어랜드에게 ‘스리번트’를 지시해 성공시켰다. 결국 후속 적시타가 터지면서 결승점을 따냈다.

프로야구 NC 김경문 감독은 24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스리번트’를 설명했다. 김 감독은 “스리번트는 단지 더블 플레이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니다”라며 “스리번트는 감독이 팀 전체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지금 한 점을 반드시 따낸다는 의지, 이 경기는 반드시 이긴다는 메시지를 선수단 전체에 알린다는 얘기다. 더그아웃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꼭 이기자”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확실한 메시지다.




막내 구단 KT 조범현 감독은 지난 1일 벽제구장에서 경찰팀과 퓨처스리그 개막전을 치렀다. KT 창단 후 첫 공식 경기였다. 1번 김사연이 볼넷을 골랐고 2번 신명철이 깨끗한 우전 안타를 때렸다. 무사 1·2루가 됐다. 조 감독은 3번 조중근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조중근은 깔끔하게 번트를 성공시켰다.

KT는 개막전에서 18-3으로 크게 이겼다. 조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타격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지금의 이 타이밍을 잘 기억하라”면서도 “타선이 잘 터지지 않을 때 작전이 필요하다”며 작전의 세밀함을 강조했다. 경기 뒤 말로 한 강조보다 개막전, 1회초, 무사 1·2루에서 나온 번트 지시가 더욱 강한 메시지로 전달된다.

조 감독은 조중근의 희생번트에 대해 “나도 선수들을 알아가는 과정이지만 선수들도 나에 대해 잘 모른다. 1회 번트는, 나의 야구, 조범현의 야구가 이렇다는 것을 선수들에게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LG 김기태 감독은 더욱 극단적인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스스로 감독직에서 내려오면서 성적 부진의 책임을 졌다. ‘지나치게 일렀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초반의 부진을, 어쩌면 더욱 길어질지도 모를 앞으로의 부진까지 모두 감독의 탓으로 뒤집어썼다. 혹시 나올지도 모르는, 11년 만에 가을 야구를 치른 선수들이 겨울 동안 나태해져서가 아니냐는 시선을 미리 차단했다. 이런 외부 시선 때문에 LG가 더욱 위축되도록 하지 않기 위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 모습은 지난해 플레이오프 패배 뒤 “지금의 패배가 앞선 선수들의 성과를 덮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장면과 겹친다. 선수들은 모자에 김 감독의 번호 ‘91’을 적었다.

감독이 성적부진에 대해 “단계별로 철저하게 규명해 잘못된 부분에 대해 강력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면…. 선수들은 머리에 ‘91’이라는 숫자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팬들도 안중에서 사라지면서 타자는 번트 대신 휘둘러 자기 타율을 관리하고, 투수는 승계주자를 들여보내 자기 방어율만 살폈을 것이다. 야수는 잡을 수 없는 타구는 쫓지 않아 실책 기록 가능성을 없앨 것이다. 승리는 그렇게 멀어져간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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