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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26명의 야구’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4. 4. 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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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NC 다이노스는 지난 시즌 뒷심이 약한 대표적인 팀이었다. 첫 시즌 7위는 예상을 뛰어넘은 호성적이지만 선발투수들의 성적을 고려하면 고비를 넘는 힘이 부족했다.

7회까지 이기고 있던 54경기에서 43승2무9패(승률 0.827)를 기록해 9개 구단 중 가장 낮았다. 지난 시즌 우승팀 삼성이 7회까지 앞선 62경기를 모두 이긴 것과 큰 차이가 났다. 불펜의 경험 부족이 이유였지만 타선도 7회 이후에는 침묵을 지켰다. 지난해 NC 타선은 7회 이후 타율이 2할2푼8리에 그쳐 꼴찌였다.

올 시즌은 확실히 달라졌다. NC는 최근 잠실 LG 3연전에서 경기 후반에 힘을 냈다. 지난 11일 1차전에서 9회초 모창민이 결승홈런을 때렸고, 12일 2차전에서도 후반 대량 득점으로 승부를 갈랐다. 13일 경기에서는 4-4로 맞선 연장 12회초, 이종욱이 우선 2루타로 살아나간 뒤 이호준의 중전 적시타로 홈을 밟았다.

‘뒷심 강화’는 기록으로도 나타난다. 1점차 승부가 4승2패로 가장 강했고 8승 중 3승을 역전승으로 따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7회까지 앞선 6경기를 모두 승리로 지켜냈다. 뒷심 강화를 위해 타선에서 경기 후반, 긴박한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베테랑들을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했다. 불펜에서는 선수생명이 끝날 위기에 몰렸다가 다시 기회를 잡은 원종현, 홍성용, 마무리 김진성, 그리고 베테랑 손민한 등이 제 몫을 해주고 있다. 뒷심 강화는 팀 밸런스로 나타났다. NC는 14일 현재 팀 순위뿐만 아니라 팀 방어율(3.65)과 팀 타율(0.303)도 모두 1위다.


NC 변화의 핵심은 역시 두산 시절 ‘화수분 야구’를 만들었던 김경문 감독의 철학이다. 김 감독은 “가장 멋지고 기쁜 경기는 벤치에 앉아 있던 선수들이 경기 후반 좋은 활약을 해줘서 이기는 경기”라고 말했다. 김 감독이 추구하는 이른바 ‘벤치 중심 야구’다. 기회가 덜 주어진 선수들,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에게 단지 기회를 주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감독의 경기 운영 중심 자체가 벤치 멤버들을 향해 있다. 후반에 투입되는 선수들에게 이닝과 타선을 메우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 역할을 강조하며 상황을 만들어 부여한다. 권희동, 오정복, 지석훈, 조영훈 등은 경기 후반 활용되는 ‘필승 카드’다. 김 감독은 “그들의 안타 하나, 수비 하나가 경기 후반 흐름을 확 바꿔놓는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벤치 중심 야구는 팀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좌완 불펜 홍성용은 지난 12일 입단 뒤 9년 만에 감격적인 1군 첫 등판을 마친 뒤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맨 처음 감독님을 쳐다봤다. 나에게 기회를 주신 분이니까”라고 말했다. 주장 이호준은 “뒤에 나가는 선수들이 잘 준비해주니까, 앞에 나가는 선수들이 편안한 마음을 가진다. 이제 2~3점 뒤져도 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9명이 하는 야구보다 26명이 하는 야구가 더 강하다. 두말할 필요 없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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