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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역할은 판정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4. 5. 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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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유격수 핸리 라미레스의 헬멧은 ‘깨끗함’과 거리가 멀다. 때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방망이에 바르는 끈끈이 때문이다. 보스턴과 다저스를 거친 매니 라미레스의 헬멧은 더욱 지저분했다. ‘단정함’과도 거리가 멀다. 매니 라미레스는 통이 크고 헐렁한 유니폼 바지를 입었다.

물론 야구 규칙은 헬멧과 유니폼에 대한 ‘청결 의무’를 강제하지 않는다. 다만 1조11항을 통해 ‘각 선수는 소매가 지나치게 헐었거나 찢어진 유니폼 및 언더셔츠를 입어서는 안된다’고 규정할 뿐이다. 단정함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늘어진 소매로 ‘사구’ 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지저분한 헬멧, 헐렁한 유니폼과 달리 심판위원들은 경기 전에 구두를 닦는다. 반짝반짝 빛나게 닦는 것이 의무에 가깝다. 야구 규칙이 정했다. ‘심판원에 대한 일반지시’에는 ‘제복을 단정하게 착용하며’라고 명시됐다. 규칙에 이어지는 대로 ‘심판원은 경기장 안의 유일한 공식 대표자’이기 때문이다.


오심은 나올 수 있다. 야구 규칙에 이어지는 내용에도 ‘심판원도 물론 잘못을 범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잘못을 범하였더라도 그것을 벌충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여놨다.

야구계에서는 “한국 프로야구 심판위원들의 수준은 미·일과 비교해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이유가 있다. 심판위원 대부분이 프로야구를 경험한 선수 출신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유니폼을 입었다는 사실은 그들이 야구 엘리트 출신임을 증명한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나온다. 이른바 ‘엘리트 편향’이다. 판정에서 ‘기술적 완성도’에 따라 가산점이 매겨지는 경우가 많다. 몸쪽 꽉 찬 공에 대해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오는 것은 그 공이 ‘기술적으로 완성된 공’이기 때문이다. 내야수들의 기막힌 호수비에 이은 송구에 아웃 콜이 이뤄지는 경우도 비슷한 이유다. 그 플레이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문제가 나온다. 야구 엘리트로서, 야구 선배로서 종종 훈계하는 장면이 나온다. 판정에 대한 항의는 다른 조치로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 야구 규칙 9.01은 ‘재정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스포츠맨답지 않은 언행을 취하였을 경우 퇴장시킬 권한이 있다’고 돼 있다.

지난 11일 잠실 두산-삼성전 도중 이영재 1루심은 판정에 불만을 드러낸 두산 오재원을 이닝 교체 뒤 다시 불렀다. 오재원의 대응 적절성 여부를 떠나 부른 것 자체가 옳지 않았다. 심판의 역할은 판정이지 훈계가 아니다. 권위를 확인하는 길은 올바른 판정으로 충분하다.

심판원에 대한 일반지시는 다시 이렇게 적었다. ‘가끔은 강한 인내심과 훌륭한 판단력을 요구하는 난처한 지경에 몰리는 경우가 있지만 이러한 난관을 헤쳐나가는 최우선적인 요점은 감정을 다스리고 자제력을 잃지 않는 것임을 명심하여야 한다’고.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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