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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線)의 야구’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4. 5. 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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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지난해 11월27일 김진욱 감독을 경질하고 송일수 신임 감독을 선임했다. 며칠 후인 12월1일, 송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때 송 감독은 유니폼 하의가 짧고 스타킹을 올려신은 ‘농군 스타일’로 나왔다. ‘송일수 스타일’의 선언이었다. 송 감독은 “시즌에 들어서면 1군 감독으로 긴 유니폼을 입을 것”이라면서도 “2군 감독을 맡는 동안 2군 선수들은 모두 이렇게 유니폼을 입었다. 그게 1군과의 차이, 선이다”라고 했다. 가늘지만 ‘선’(線)이 짙었다.

두산은 올 시즌 개막 후 4월 말까지 24경기에서 13승11패를 기록했다. 한국시리즈 준우승 감독을 내치고 선택한 결과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투타 밸런스가 잘 맞지 않았다. 선발 로테이션은 삐거덕거렸고, 불펜은 예측하기 힘든 야구를 했다. 그나마 방망이는 나쁘지 않았다.

5월 들어 두산은 다른 팀이 됐다. 두산은 지난 19일까지 치른 5월 16경기에서 10승6패를 기록했다. 5월 승률 0.625로 삼성(0.786·11승3패)에 이어 2위다. 팀 순위는 4위지만 선두에 1.5경기 차, 2위와 0.5경기 차에 불과하다. 송 감독이 추구하는 ‘선의 야구’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선의 야구는 ‘인센티브’ 야구다.

송 감독은 올 시즌 두산 선발 투수들에게 ‘특권’에 가까운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두산 선발 투수들은 5일 쉬고 등판하는 6일 로테이션일 때 선발 등판 다음날 장거리 러닝 훈련을 하고, 그 다음날 ‘완전 휴식’을 받는다. 야구장에 아예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등판 전날에는 ‘조퇴’도 허용된다. 훈련을 마친 뒤 경기 시작 전에 미리 퇴근할 수 있다.


야구에서, 특히 장기레이스에서 선발 투수의 중요성은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송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 때 얘기한 ‘선’을 선발 투수 아래에 그었다. 1군과 2군의 선이 ‘농군 스타일’이었듯 선발 투수에게는 확실한 인센티브가 주어졌다.

등판 이틀째 주어지는 ‘완전 휴식’은 두산의 쓰즈키 도시유키 트레이닝 코치의 제안이었다. 쓰즈키 코치는 “한신이 이런 스타일의 프로그램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삼성도 오치아이 투수코치 시절 잠시 동안 선발 투수들에게 ‘완전 휴식일’을 준 적이 있다. 배영수는 “그때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송 감독의 ‘선의 야구’, ‘인센티브 야구’는 권리와 책임감을 동시에 안겨준다. 타자들에게도 선발만큼은 아니지만 주전과 비주전 사이에 ‘선’이 그어졌다. 주전들에게는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김재호는 “몸이 조금 좋지 않을 때 경기에서 빠지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 눈치 안 봐도 된다”고 말했다. 홍성흔은 “베스트 라인업이 딱 정해져 있다. ‘한 번 빠졌다가 계속 못 나가면 어떻게 되지’ 하는 걱정이 줄었다. 쉬고 나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며 “주전들이 매 타석에 대한 책임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두산은 1995년 김인식 감독 취임 이후 ‘믿음’을 기반으로 한 ‘뚝심 야구’를 트레이드마크로 삼아왔다. 송 감독의 ‘선의 야구’에서 두산 특유의 ‘믿음의 뚝심 야구’가 짙게 번지는 중이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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