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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프 가이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4. 6. 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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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의 1번타자 디 고든은 메이저리그 통산 138승126패, 158세이브를 거둔 투수 톰 고든의 아들이다. 톰 고든은 1988년 데뷔해 2009년까지 22시즌을 뛰었다. 디 고든의 데뷔(2011년)가 2년만 빨랐다면 부자가 함께 메이저리그에서 뛰었을지도 모른다.

ESPN은 최근 디 고든의 시즌 활약상을 소개하며 아버지 고든의 ‘조언’을 전했다.

디 고든은 “아버지가 ‘터프한 시간은 오래가지 않지만, 터프한 선수는 오래 뛸 수 있다’고 하신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디 고든의 목표는 ‘터프한 선수’가 되는 것이다. 소를 닮은 눈망울은 선하기 짝이 없지만 34개를 성공시킨 도루는 터프 그 자체다.


애리조나의 커크 깁슨 감독은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터프 가이’였다. 1988년 자유계약선수(FA)로 처음 다저스에 갔을 때 ‘신고식’이랍시고 자신의 모자에 장난을 친 팀 동료 제시 오로스코와 한판 붙었다. 직전 시즌 지구 4위에 그친 다저스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야구는 이겨야 한다. 그게 프로다”라는 게 깁슨의 주장이었다.그해 월드시리즈 1차전, 깁슨은 부상에 장염이 겹치며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토미 라소다 감독은 3-4로 뒤진 9회말 2사 1루, 대타로 깁슨을 내세웠다. 깁슨은 절룩이며 타석에 들어섰고, 리그 최고 마무리 데니스 에커슬리를 상대로 풀카운트에서 바깥쪽 백도어 슬라이더를 걷어 올렸다. 그 홈런에는 ‘깁슨의 홈런’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터프한 홈런 하나가 흐름을 바꿨다. 다저스는 4승1패로 우승했고 그게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이었다.

승부를 가르는 것은 투수의 구위와 타자의 스윙 기술이 아니라 ‘터프한 투쟁심’일지도 모른다. 데릭 지터는 2012시즌 디비전시리즈 1차전 발목이 부러지고도 들것을 거부했다. “실려나가면 상대에게 얕보일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넥센 안태영은 지난달 29일 목동 SK전에서 사구 3개를 맞았다. 트레이너는 한 번도 그라운드에 나오지 않았다. 안태영은 “뛸 만했다”면서도 “그날 밤 맞은 데가 쑤셔서 잠을 잘 못 자기는 했지만…”이라며 웃었다. 앞서 지난달 25일 목동 삼성전에서 유한준은 파울타구에 왼쪽 정강이를 강하게 맞았지만 꾹 참고 버텼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뒤 크게 부어오른 상처를 본 트레이너가 곧장 병원으로 데려갔다. 유한준은 “지난 시즌부터 선수들끼리 강한 모습을 보이자고 했다. 타구에 맞아도 참고 버틴다”고 했다.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는 “스프레이를 뿌린 뒤 뛸 수 있을 정도라면 그냥도 뛸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심지어 ‘타석에서 트레이너를 부르면 벌금’이라고 농담한다”고 말했다.

터프가이들의 터프한 야구. 넥센을 상대하는 팀들이 어딘가 모르게 껄끄러운 느낌, 갑갑한 느낌을 받는 것은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유한준은 “우리가 경기 후반 포기하지 않고 이기는 것도 참고 버티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디 고든의 아버지 톰 고든의 말대로 고통의 시간은 짧고, 터프가이는 오래 살아남는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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