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창원 마산구장에서는 조금 특별한 입단식이 열렸다. NC는 이날 등번호 7번의 새 좌익수를 영입했다. 새 입단 선수가 발표되자 어린이 팬들이 열광했다. 어린이들에게 손을 흔들어준 선수는 ‘어린이들의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뽀로로의 친구, ‘크롱’이었다.
크롱의 영입은 이종욱·손시헌보다 더한 ‘거물 자유계약선수(FA)’를 데려온 것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새로운 FA 영입 선수 크롱과 사진을 찍으려는 어린이 팬들의 적지 않은 소동이 있었다.
NC 새 선수 크롱(왼쪽)이 배석현 단장 옆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_ NC 다이노스 제공
▲ ‘어린이의 대통령’ 뽀로로 친구
주말 홈경기 응원맨으로 활동
“계약기간 2년, 이적료 비공개”
▲ NC, 작년부터 물밑 영입 작전
마스코트 걸맞은 ‘공룡팀’ 꿈
미래의 팬 잡기 문화 마케팅
크롱은 매 경기 출전하지는 않는다. 주말 홈경기 때만 등장해 응원을 돕는다. NC 배석현 단장은 “계약기간은 2년이고, 이적료는 양측 합의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배 단장은 “NC에 가장 어울리는 선수”라고 덧붙였다. 뽀로로의 친구 크롱은 ‘공룡’이기 때문이다. NC 다이노스의 팀 마스코트가 공룡이다.
NC 이태일 대표의 제안으로 지난해부터 ‘영입 작전’이 시작됐다. NC 다이노스의 모기업 NC소프트는 지난해 뽀로로의 제작사 아이코닉스와 교육용 태블릿 앱을 함께 제작한 적이 있었다. 영입의 고리가 됐다. 구단 마케팅 팀이 나서 계약 문제를 풀었다. 구단 관계자는 “뽀로로의 투자 관계가 복잡해 4개 회사와 권리문제를 풀어야 했다. 크롱의 에이전트가 4명이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과정이 복잡했지만 이적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배 단장은 “이를테면 크롱은 소속팀(뽀로로)에서 주전 자리가 불안했다. 뽀로로의 인기가 워낙 컸으니까”라며 “여러모로 NC 이적이 주전 확보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웃었다.
등번호는 7번으로 결정됐다. 당초 크롱이 원했던 등번호는 0번이었지만 이태일 대표가 난색을 표했다. 이 대표는 “기왕이면 주전의 번호가 낫다”고 말했다. 힘세고 활발한 크롱의 캐릭터 성격상 좌익수로 결정됐고 등번호도 7번이 따라왔다.
NC의 크롱 영입은 단순히 ‘인기 캐릭터’ 활용이라는 1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다. NC는 이미 2명의 자체 공룡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다. ‘쌔리’는 등번호 1번의 투수이고, ‘단디’는 유격수다. 등번호는 ‘9번째 구단’을 뜻하는 9번이다.
NC는 앞으로 공룡 캐릭터 아홉으로 ‘다이노스 캐릭터 야구단’을 완성할 계획이다. 어린이용 만화에 나오는 또 하나의 공룡 캐릭터 ‘디보’도 후보다. 일본 만화의 공룡 캐릭터인 ‘곤’(GON)은 나성범과 이미지가 맞아떨어져 중견수로 제격이다. 역시 최고의 거물은 공룡 캐릭터의 ‘대부’ 격인 둘리다. 베테랑 캐릭터인 만큼 팀의 중심을 잡아 줄 ‘포수’로 적합할 수 있다. 이태일 대표는 “ ‘둘리’님이 와 주신다면 정말 고맙겠다”며 “우리가 잘하고 있으면 둘리님이 관심 가져주시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야구의 최고 상품은 ‘승부의 결과’가 아니다. 야구는 경기장 분위기와 경기 내용, 그리고 이를 함께 즐기는 문화를 판매하는 ‘문화산업’이다. 다른 구단이 ‘역사’를 통해 형성된 ‘문화’를 판매한다면, 막내구단 NC는 크롱을 통해 ‘어린이’라는 미래를 잡았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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