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했다. 올 시즌에도 4강 안에 들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삼성을 위협할 수 있는 팀으로 평가됐다.
두꺼운 선수층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야수들은 2개팀을 충분히 꾸릴 수 있을 정도였다. 마운드도 큰 걱정이 없어 보였다. 포스트시즌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젊은 불펜진은 업그레이드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지난 겨울 두산 구단은 “성적이 좋을 때 리빌딩을 해야 한다”고 했다.
시즌이 시작됐고, 예상은 빗나갔다. 풍부한 야수층이 폭발적인 타격을 보여줬지만 팀 타선이 주춤하자 마운드가 밑천을 드러냈다.
두산 선발투수들의 방어율은 14일 현재 6.07로 리그 8위다. 최하위 한화(6.25)에 조금 앞서 있을 뿐이다. 선발투수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유희관의 방어율은 리그 평균 5.28보다 조금 낮은 5.08이고, 노경은의 방어율은 8.50이다. 크리스 볼스테드는 6.21의 방어율을 남기고 웨이버 공시됐다. 두산이 승률 5할을 넘기지 못한 채 전반기를 마무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마운드의 부진이다.그런데 경기를 조금 들여다보면 다른 부분들이 보인다. 한때 ‘악마 수비’라는 평가를 받던 두산의 수비가 예전 같지 않다.
인플레이된 타구의 아웃 확률을 따지는 수비 효율(DER·Defensive Efficiency Rating) 면에서 두산은 뚝 떨어져 있다. 두산의 DER는 14일 현재 64.7%로 리그 5위다. 1위 NC(67.1%), 2위 삼성(67.0%) 등에 크게 뒤진다. 실책은 53개로 리그 3위지만, 보이지 않는 실책이 많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2000년대 후반 두산의 강한 수비를 이끌었던 센터라인인 중견수 이종욱과 유격수 손시헌이 지난 겨울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공백을 쉽게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두산은 최근 ‘주전 중견수’ 없이 정수빈·박건우로 돌려막기를 하는 경기를 펼치고 있다. 유격수 김재호의 안정감은 기대를 만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13일 한화전 9회초 결승점을 내준 것은 김재호의 실책성 플레이가 빌미가 됐다.
여기에 또 하나. 지난 시즌 두산 수비를 지휘했던 김민재, 조원우 코치가 팀을 떠났다. 전형도 코치는 1군 경험으로 치면 ‘루키 코치’다. 두산이 후반기 도약을 위해서 다듬어야 할 것은 마운드가 아닐 수도 있다.
투수가 자꾸 뒤를 돌아볼 때 팀은 흔들린다. 책 <야구의 달인들>에 따르면 투수의 역할은 ‘스트라이크를 던질 것, 구속에 변화를 줄 것, 빨리빨리 던질 것, 그리고 나머지 선수들로 하여금 일을 하게 만들 것’이다.
수비의 달인이었던 칼 립켄 주니어는 “야수와 투수들은 한몸이다. 좋은 수비는 좋은 투수를 만들 수 있다. 투수들이 타자들의 약점을 공략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했다.
올 시즌 지독한 SK의 부진도 크게 다르지 않다. SK 팀 실책은 73개로 압도적인 1위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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