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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판독’ 시대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4. 8. 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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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예민한 종목이다. 외부 조건의 변화는 야구의 질적 변화를 가져온다. 1968년 메이저리그의 리그 전체 방어율은 2.98이었다. 1921년 라이브볼 시대 이후 가장 낮은 방어율 기록이다. 그해 밥 깁슨은 1.12라는 경이적인 시즌 방어율을 기록했다. 리그 전체 타율은 겨우 2할3푼7리였다.

그런데 1969년 리그는 완전히 바뀌었다. 리그 타율은 2할4푼8리로 1푼 이상 상승했다. 리그 방어율은 4.07로 치솟았다. 갑자기 투수들의 실력이 뚝 떨어지고 타자들의 실력이 급상승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1969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투고타저를 완화하기 위해 구장마다 15~20인치로 들쭉날쭉했던 마운드의 높이를 10인치(25.4㎝)로 통일했다. 마운드가 낮아지자 홈플레이트에 도달하는 투구의 각이 타자들에게 유리하도록 완만해졌다.

지난 시즌 대전구장에서 나온 홈런은 64경기에서 겨우 56개(경기당 0.88개)밖에 되지 않았다. 올 시즌 대전구장에서 나온 홈런은 지난 4일 현재 42경기에서 89개(경기당 2.12개)나 된다. 타고투저 시즌임을 고려해도 지나치게 높아졌다.


대전구장의 변화에 따른 ‘플러스 효과’가 더해졌다. 대전구장은 올 시즌을 앞두고 불펜 공사를 하면서 좌중간 펜스를 당겼다. 우타자 친화 구장이 됐다. 올 시즌 전체 홈런 대비 우타자 홈런 비율은 64% 정도 수준이지만 대전구장에서는 71%가 우타자로부터 나왔다. 한화의 외국인 선수 펠릭스 피에가 우타자였다면 더 많은 홈런을 때렸을지도 모른다.

타고투저에는 ‘익사이팅 존’도 영향을 더했다. 시즌 초반 통계에 따르면 지난 시즌 대비 파울 뜬공 아웃의 숫자가 13%나 줄었다. 타자들은 더 많은 공격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2014시즌 후반기에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비디오 판독’은 단지 ‘정확한 판정’을 위한 제도를 넘어 야구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KT 조범현 감독은 “내년 시즌 1군 진입에 대비해 선수들에게 준비를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슬라이딩 기술의 세분화다. 세밀한 동작을 통해 태그를 피하는 기술은 비디오 판독 시대에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

넥센 염경엽 감독 역시 지난 1일 유재신의 슬라이딩을 두고 “스페셜리스트로 자각이 부족하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좀 더 세밀한 슬라이딩을 통해 태그를 피하면, 과거 ‘타이밍’에 의해 아웃됐던 장면들이 비디오 판독을 통해 ‘세이프’로 바뀔 수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온몸의 감각을 살려 태그의 선후 관계를 선수 스스로 파악해 벤치에 전달하는 역할 역시 중요하다.

메이저리그는 올 시즌 ‘홈 충돌 금지법’을 도입했고, 선수들의 홈 슬라이딩 방식이 바뀌었다. 충돌하는 대신 홈플레이트를 멀리 돌아 손으로 터치하는 슬라이딩 기술이 발전했다.

형식은 내용을 규정한다. 제도의 변화는 야구의 내용을 바꿀 수 있다. 먼저 준비하는 자가 승리할 가능성을 높인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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