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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투저 시대의 번트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4. 8. 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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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투저 시대의 번트먼저, 메이저리그 이야기. 지난 17일 뉴욕 양키스는 탬파베이 원정 경기에서 9회까지 2-2로 맞섰다. 9회초 양키스의 마지막 공격. 선두타자 브렛 가드너가 내야 땅볼에 이은 상대 실책으로 2루까지 진루했다. 양키스의 2번 타자는, 자신의 등 뒤에 같은 번호(아마도 내년부터는 그 팀의 누구도 달지 못하게 될)를 달고 있는 데릭 지터였다.

2-2 동점의 9회 마지막 공격, 무사 1루가 아닌 무사 2루라면 ‘닥치고 번트’ 기회다. 양키스 마무리 데이비드 로버트슨은 지난해 은퇴한 마리아노 리베라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1이닝을 확실히 책임질 수 있다. 양키스 사상 최다 안타를 때린, 메이저리그 통산으로 따져도 6위에 올라 있는 지터가 아니라 지터 할아버지라도 이 상황에서는 번트다. 그리고 지터는 1구와 4구째 번트를 대지 못한 채 2스트라이크를 당했다.

3구째 몸쪽 높은 공을 과감하게 던진 탬파베이 배터리의 성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위협구에 가까운 몸쪽 높은 공을 보여준 뒤 4구째 아슬아슬하게 바깥쪽 낮은 스트라이크존에 걸친 공은 기가 막혔다. 2스트라이크에 몰린 지터는 번트 기회를 날렸다.

같은 날, 롯데는 잠실 두산전에서 1회 무사 1루, 7회 무사 1루에서 모두 초구에 번트를 시도했다가 실패했고 결국 졌다. 최근 번트의 남발은 이날 승리한 상대팀 두산도 그다지 자유롭지 못하다.


승부에서 1점이 갖는 무게는 분명 상당하다. 일반적으로 선취점의 승리 확률은 60%가 넘는다. 한국 프로야구 기록을 살피면 1회 리드를 잡은 팀의 승률은 68%가 넘는다. 1회 1점 앞선 팀의 승률 역시 60%가 넘는다. 승률 6할이라면 리그 우승도 노려볼 만한 수치다.

그런데 리그 평균자책점이 역대 최고였던 1999시즌의 4.98을 훌쩍 넘어 5.32까지 치솟은 타고투저의 시즌에서 번트의 효과는 뚝 떨어진다. 경기당 평균 11점이 나는 승부다. 게다가 3~4이닝을 무실점으로 확실히 막을 수 있는 불펜진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최대한 아웃카운트를 아껴 다득점을 해야 승리 확률이 높아진다. 1사 2루(41.4%)보다 무사 1루(42.9%)의 득점 확률이 높다는 사실은 일찌감치 통계로 증명됐다.

지터도 물론 번트를 실패했다. 이후 볼카운트 2-2에서 탬파베이 배터리는 바깥쪽 코스를 택했고, 지터는 이를 밀어때려 2루수 옆을 스치는 중전안타를 때렸다. 그리고 지터가 경기 뒤에 말했다. “나는 언제나 이런 상황을 좋아했어요. 아, 물론 이 말이 이런 상황(번트 실패 뒤 2스트라이크)에서 꼭 안타를 때려 성공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오히려 실패할 때가 더 많죠. 그런데 나는 이런 긴박한 상황을 좋아해요”라고. 그리고 “다행히도, 타구가 수비수 정면으로 향하지 않고 빠졌어요. 운이 좋았죠”라며 웃었다.

팬들은 이런 야구를 보고 싶은 거다. 어쩔 수 없이 승부를 해야 하는 바로 그 상황을, 성공·실패를 떠나 그 상황을 기꺼이 즐길 수 있는 선수를, 모두가 손에 땀을 쥐며 지켜볼 수 있는 그 순간을. 그걸 ‘무조건 반사’적인 번트로 날리지 말아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드린다. 제발, 부디, 감독님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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