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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함 아닌 ‘디테일 리더십’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4. 9. 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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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LG 양상문 감독은 선수 시절에도 ‘디테일’한 야구를 했다. 양 감독은 유니폼 상의 안에 받쳐 입는 언더셔츠 소매를 항상 ‘7부’로 잘라 입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몸에 딱 달라붙는 소재의 언더셔츠가 없었다. 7부로 자른 이유는, “너무 길면 갑갑하고 너무 짧으면 허전하기 때문”이라고 양 감독은 설명했다. 하나 더. “팔꿈치를 살짝 덮는 쪽이 팔꿈치 보호에 좋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지만 실제 ‘7부 소매’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양 감독은 공을 던지는 순간 소매 끝이 팔꿈치 너머 팔뚝에 닿는 느낌으로 그날의 컨디션을 체크했다. 소매 끝이 펄럭이며 팔에 닿는 강도와 그 미묘한 느낌으로 그날의 팔 스윙 스피드를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컨디션을 단순한 감이 아닌 자기 주변의 증거에서 찾았다. 소매의 펄럭임이 좋으면 그날은 ‘공이 좋은 날’이었다.

7부 소매뿐만이 아니었다. 양 감독은 스파이크 징의 높이도 미묘하게 계산하고 조절했다. 몸 상태, 상대 타자들의 특징에 따라 스파이크 징을 길게 혹은 짧게 만들었다. 스파이크에 박힌 징을 길게 만든 날은 “아무래도 다만 몇㎜라도 더 높은 곳에서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몇㎜에 불과한 높이 차이보다 그 몇㎜가 투수의 심장에 가져다주는 ‘방패 효과’가 더 컸다. 내 공은 지금 ‘높은 곳에서 나온다’는 자신감. 조금 떨어진 컨디션을 신장의 높이가 아닌, 심장의 높이로 메우는 방식이다.


소매의 길이, 스파이크의 높이를 계산하는 게 바로 디테일의 야구다. 양 감독은 “디테일이 아니라 내가 워낙 소심해서 그렇다”며 웃었지만 소심함을 바탕으로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는 디테일의 야구는 승리와 패배의 갈림길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그 디테일과 소심함이 6월 초까지 꼴찌로 떨어졌던 LG를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앞두고 4위로 끌어올린 원동력이다.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앞둔 마지막 경기, 지난 14일 잠실 삼성전에서 양 감독의 ‘디테일’은 결국 승리를 가져왔다. 양 감독은 전날 결승타를 포함해 4타수 2안타를 때린 이병규(9번)를 선발 라인업에서 뺐다. 대신 올 시즌 겨우 10경기만 뛴 최승준을 7번·1루수로 투입했다. “앞서 2군에서 장원삼을 상대로 좀 해봤다더라”는 게 이유다. 스파이크의 징을 높여, 신장보다 심장을 높이는 선택과 닮았다. 최승준은 4-1로 앞선 3회말 장원삼을 상대로 데뷔 첫 홈런을 때렸다. 점수는 6-1로 벌어졌다. 최승준의 심장은 더욱 세졌다.

3점을 더 내서 9-1로 앞선 5회초 1사 1루. LG 유격수 오지환이 나바로의 직선 타구를 떨어뜨리고 발로 찼다. 이미 8점차였고 승부에는 큰 영향이 없는 실책이다. 하지만 양 감독은 곧바로 더그아웃에서 나왔다. 마운드의 우규민을 향해 가면서 양 감독은 손짓으로 오지환을 포함한 내야수를 다 불러 모았다. 그리고 분위기를 다잡았다. 양 감독은 ‘소심함’이라고 하겠지만, 역시 ‘디테일’의 야구다. 흔들린 심장을 다시 한 번 강하게 만든다. LG는 5회 1사 1·3루를 2실점으로 막았고, 심장 커진 오지환은 5회말 2루타로 추가점을 올렸다.

LG의 팀타율은 0.277로 리그 꼴찌다. 그런데도 마운드의 힘과 함께 4위를 할 수 있는 요인은 이런 ‘디테일’의 야구다. 2014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야구에서도 스타들의 장기 자랑이 아닌 소심한 야구가, 디테일의 야구가 필요하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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