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의 겨울, 이상하고 괴상한 유령이 떠돌고 있다. 이를테면 ‘반(反)프런트 야구’다. 혹은 ‘무(無)프런트 야구’다.
한때 팀 성적이 나지 않는 이유로 ‘프런트 야구’라는 이유가 제기됐다. 구단 운영을 맡는 프런트가 현장이라고 할 수 있는 야구 경기에 지나치게 ‘개입’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그런 일이 잦았다. 롯데는 구단 수뇌부와 감독이 모두 교체된 뒤 합동 취임식에서 “절대로 프런트가 간섭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앞서 10년간 가을야구에 끼지 못했던 LG 역시 ‘현장 존중’을 모토로 내건 뒤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프런트 불간섭은 성공의 지름길로 평가되는 모양새다.
모든 일은 과유불급이다. 지나친 불간섭은 팀의 체질을 약화시킨다. ‘프런트의 불간섭’과 ‘현장 존중’은 지나치면 독이 된다. 몇몇 징조가 보인다. 현장의 대표인 감독을 존중하는 것을 넘어 프런트가 해야 할 일조차 감독에게 떠넘긴다.
LG 양상문 감독은 외국인 선수 영입을 위해 직접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날아갔다. 직접 살피는 일은 중요한 것이지만, 외국인 선수 영입 실패의 ‘과’는 어딘지 모르게 양 감독에게 씌워졌다. 리즈 영입 시도 과정에서 감독이 에이전트가 아닌 선수와 구두로 합의했다는 것 역시 절차가 맞지 않는다. 계약은 프런트가 에이전트와 하는 게 맞다.
양 감독은 스토브리그 내내 전면에 나섰다. ‘FA 시장 철수’ 역시 양 감독의 발표였고, FA 제도 개선 의견도 양 감독의 입을 빌렸다. 외국인 선수, FA 모두 ‘프런트’의 역할이다. 감독은 남아 있는 선수 운영 계획을 짜는 것으로도 시간이 모자란다. 다음 시즌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휴식’이 충전에 훨씬 큰 도움이 된다.
롯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프런트 불간섭 원칙이 너무 멀리 나갔다. 이종운 감독의 FA 투수 영입 요구는 묻혔다. 롯데는 소속 FA 3명 중 아무도 잡지 못했다. 전력 공백을 메울 청사진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육성’을 내세웠지만 한국 프로야구 현실에서 ‘육성’ 역시 현장 스태프의 역할로 떠넘겨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롯데는 육성을 위한 코칭스태프 구성 역시 완벽하다고 보기 어려운 결과를 냈다. 이 감독의 어깨에 지워진 짐이 지나치게 무겁다.
KIA 김기태 감독 또한 ‘알아서 선수 키우라’는 부담감을 짊어졌다. KIA 역시 선수들이 줄줄이 빠져나갔고 이 공백을 메울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한화 김성근 감독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화 선발 마운드는 리그 최악의 방어율 6.40을 기록했지만, 구단은 김 감독의 ‘훈련과 육성’에 해결을 기대는 모양새다.
삼성이 강팀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류중일 감독이 경기 운영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프런트가 마련해준 덕분이다. 육성 역시 구단의 몫이다. 육성을 위한 코칭스태프 숫자가 리그 최다다. 2014년 겨울, 한국 프로야구 감독들의 흰머리가 늘고 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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