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이 불렀고, 한화가 응답했다. 야신이 돌아왔다. 김성근 감독이 한화 감독으로 부임한 뒤 한화는 단숨에 뉴스의 중심에 섰다. 오키나와에서 쏟아지는 사진은 화보처럼 인터넷을 장식했다. 선수들의 찡그린 표정에, 지친 얼굴에, 엉망진창이 된 유니폼에 관심이 폭발했다.
‘고행’은 선수들만 하는 게 아니다. 코치들 역시 입에서 단내가 난다. ‘초보 코치’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김재현 코치는 하루에 수천개의 토스 배팅을 올리는 중이다.
오전 7시40분에 훈련이 시작된다. 점심시간은 낮 12시부터 20분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시간표 상에는 훈련 시간은 오후 6시까지라고 적혀 있지만 오후 8시를 넘기는 일이 허다하다. 쉴 틈도 없다. 오키나와 훈련장 야구장 2면에서 동시에 코치 6명이 쉴 새 없이 수비 훈련을 위한 타구를 날린다. 타격 훈련도 다르지 않다. 피칭 머신 2개와 배팅볼 투수 1명이 공을 던지고 3명이 배팅케이지 뒤에서 토스 배팅 훈련을 한다. 하나를 마치면 바로 다음 코스로 이동하기 때문에 쉴 틈이 없다.
강한 훈련은 원래 김성근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였다. 훈련을 통해 성장한 선수가 여럿이다.
‘혹사’라는 지적 역시 끊이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지나친 훈련이 오히려 선수들의 운동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비판한다. 많은 훈련에 따른 체중 감소는 타구 스피드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평도 나온다.
김성근 훈련의 효과는 단순히 ‘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훈련량을 늘리는 것이라면 누구든 할 수 있다. 성적이 나쁜 대부분의 구단들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녹음기처럼 ‘강한 훈련’을 반복해 강조하지만 그 결과가 항상 따라오지 않는다.
김성근 훈련 효과의 비밀은 그 사이사이에 있는 ‘연습 경기’에 있다. 한화는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 코칭스태프를 포함해 70여명의 대규모 훈련단을 꾸렸다. 선수 숫자가 충분하니 하루 걸러 한번씩 자체 청백전이 벌어진다. 하루 훈련하고 나면 하루는 경기를 통해 이를 체크한다. 김 감독은 실전을 통해 선수들의 부족한 부분을 살핀 뒤 다음날 훈련 방식을 바꾼다. 실전을 통한 미세조정이 매일 이뤄진다. 선수들 스스로도 훈련의 결과를 바로 다음날 확인하는 기분이다. 수험 공부로 치자면 ‘하루 공부, 하루 모의고사’다. 다음날은 틀린 문제를 복습하고, 그 다음날 다시 모의고사를 치는 것과 같다.
여기에 한가지 더. 김성근식 강한 훈련은 선수들의 심리적 차이를 줄인다. 연봉 15억원의 선수든, 2400만원의 선수든 훈련 앞에서 모두가 똑같아진다. 고액 연봉 선수들은 훈련 앞에서 ‘기득권’을 내려 놓아야 한다. 신인급 선수들은 훈련 앞에서 기회의 가능성을 찾는다.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주전 선수와의 심리적 거리가 줄어든다. 강한 훈련은 선수단 전체를 평평하고 고르게 다지는 작업이다.
강한 훈련의 겉모습에는 과거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저돌적 산업화’의 향수가 묻어나지만 안을 뒤져보면 고착화된 구질서를 재편해 기회를 재생산하는 혁명의 가능성이 묻혀 있다. 그게 바로 김성근 야구의 힘이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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