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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의 ‘닭가슴살 머니볼’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5. 2. 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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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시즌을 앞둔 프로야구의 스프링캠프는 둘로 나뉜다. 한화 김성근 감독을 중심으로 한 ‘강한 훈련’과 넥센으로 대표되는 ‘자율 훈련’이다. 얼핏 한쪽은 훈련을 많이 하고 다른 한쪽은 편안하게 쉬는 것으로 비칠 위험성이 있지만 둘의 차이는 훈련량이라기보다는 지향하는 야구 스타일이다. 훈련량을 통해 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일본식이라면, 훈련시간의 집중도를 통해 효과를 높이는 것은 미국식에 가깝다.

일본 야구와 미국 야구는 둘 모두 야구의 승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목표가 같지만 이를 성취해내는 방향이 다르다. <국화와 배트>라는 책을 쓴 로버트 위팅은 <어울릴(和) 줄 알아야 해(You gotta have Wa)>에서 일본 야구와 미국 야구의 차이를 짚었다. 가장 큰 차이는 훈련에 대한 접근 방식이다. 위팅은 다음과 같이 썼다.

‘미국 야구와 일본 야구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훈련이다. 일본에서의 훈련은 거의 신앙에 가깝다. 미국 선수들은 3월이 돼서야 스프링캠프를 시작, 6개월의 시즌을 치르는데 5~6주의 훈련만으로 만족한다. 이들은 하루 3~4시간씩 필드 훈련을 마치고 나면 나머지 시간은 골프장이나 수영장에서 보낸다. 일본팀들은 1월 중순부터 훈련을 실시한다. 매일 하루 7시간씩 필드에서 지내야 하고 저녁에는 합숙생활을 하면서 전술강의를 듣고 실내훈련을 계속한다. 선수들은 매일 15㎞ 이상의 러닝을 소화해야 하며 때로는 스탠드 오르내리기를 한다.’

일본 전문가인 위팅은 일본인들은 ‘와(和)’를 유지하는 것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이른바 ‘다테마에(建前·겉으로 드러난 명분)’를 위해 ‘혼네(本音·속마음)’를 억제하는 기술을 예술의 경지로 발전시켰다고 설명한다. 강한 훈련 역시 팀워크라고 할 수 있는 ‘와(和)’를 유지하기 위한 방책이다.


스포츠심리학에서도 비슷한 설명이 가능하다. 단체경기에서 팀 응집력(cohesion)이 경기력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응집력은 두 가지로 나뉜다. 특정 목표를 향해 팀이 뭉치는 ‘과제 응집력’과 선수단 내부의 관계를 강화하는 ‘사회 응집력’이다. 함께하는 훈련은 ‘사회 응집력’ 강화로 연결될 수 있다.

넥센의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식으로 치자면, 넥센 스타일의 머니볼이다. 가치가 낮게 평가된 선수들을 모은 뒤 이들의 실력을 끌어올렸다. 다른 팀들이 덜 중요하게 생각했던 ‘몸집 불리기’에 투자했다. 효과적인 체형 변화는 스피드와 힘을 모두 끌어올렸다. 훈련량을 늘리지 않는 대신 개개인의 성장 가능성을 현실화시켰다.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남은 선수들에게 ‘가능하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고 이는 개개인의 목표를 수렴시키는 ‘과제 응집력’ 강화로 연결됐다.

넥센의 또 다른 실험이 진행 중이다. 넥센은 애리조나 캠프에서 ‘한국사람은 역시 밥이지’라는 신화를 버렸다. 아침과 점심은 ‘메이저리그식(食)’으로 차린다. 닭가슴살이 주메뉴일 때도 많다. 100g에 1000원이 조금 넘는 아주 싼 가격이지만, 이 닭가슴살이 강정호의 1100만달러를 만들었다.

입으로 넣어 삼키는 것만큼 확실하게 각인되는 것도 없다. 오클랜드의 머니볼이 ‘출루율’이었다면, 넥센의 머니볼은 ‘닭가슴살’이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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