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KIA와의 연습경기를 8-5로 이긴 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상대 라인업이 비주전들이어서 이길 수 있었던 경기”라면서도 “이제 좀 팀이 됐네”라고 말했다. 단순히 ‘승리 경험 1개’를 추가한 데 그치지 않았다. 이기던 경기를 5실점 하면서 뒤집혔고, 그냥 패배로 끝났을 경기를 다시 뒤집어 잡아냈다.
한화는 연습경기 초반, 내리 패배를 당했다. 지난 17일 국내 팀과의 첫 연습경기였던 SK전에서 0-7로 졌다. 안타를 겨우 1개밖에 때리지 못했다. 다음날 요코하마에 2-18로 대패했고, 니혼햄과의 경기에서도 19점이나 내주면서 졌다. 김 감독은 “(옛 실업팀)기업은행 감독 할 때 말고는 이렇게 져 본 적이 없다”며 헛헛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한화는 3년 연속 리그 최하위 팀이었다. ‘익숙한 패배’라는 흐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연습경기라도 승리가 필요했다. 김 감독의 과거 스타일대로라면, 어떻게든 쥐어짜고 끌어내서 이기고 볼 일이었다. 연습경기에서 승리를 쌓아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여유를 만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자꾸 졌다. 대패가 이어졌다. ‘노란불’을 넘어 ‘적신호’가 켜지는 듯했다. 그러나 ‘야신’ 김 감독은 치밀한 계산 속에서 숨을 골랐다. 4년 만의 복귀, 스스로의 조바심 역시 누르고 또 눌렀다. 연습경기 승리를 위해 미래를 당겨쓰지 않았다. 부상 선수들을 아끼고 또 아꼈다. 재활에 집중해 온 이용규와 최진행, 송광민을 경기에 내보내지 않았다. 미세조정 중인 투수들로 하여금 조정 과정을 지키게 했다.
22일 KIA전에서 한화는 2-1로 앞선 5회, 권혁이 난타당하는 바람에 경기를 뒤집혔다. 권혁은 6안타를 내주며 4실점했다. 한화 팬들의 가슴이 철렁할 결과지만, 내용은 조금 달랐다. 김 감독은 “권혁이 투구폼을 미세 조정 중이다. 그 폼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 괜찮다”고 설명했다. 권혁은 난타를 당하면서도 자신의 투구폼을 다시 돌리지 않았다. 실전을 통해 완성시키는 중이다. 안타 대부분이 준비 중인 포크볼을 맞았다.
이용규, 송광민, 최진행 역시 아끼고 또 아꼈다. 부상 때문에 오랫동안 재활을 이어 온 선수들이었다. 김 감독은 이들의 재발을 막기 위해 치밀한 관리에 들어갔다. 박상열 코치에 이어 계형철 코치를 재활 캠프에 보냈다. 야수들의 송구 동작을 재점검하고 조정하기 위해 투수 코치를 붙였다. 송구 동작을 만들고, 비디오로 촬영한 뒤 이를 김 감독이 다시 살피는 과정이 이어졌다. 22일 3루수로 출전한 송광민은 눈에 띄게 부드러워진 동작으로 1루 송구를 했다. 송구의 공끝이 살아 있었다. 송광민은 “스로잉 코치 역할을 해 주신 코치님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주전들이 돌아오면서 이기기 시작했다. 21일 삼성전을 3-2로 이겨 연패를 끊은 뒤 22일 8-5로 또 이겼다. 야신의 기다림과 계산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 김 감독은 “아직 멀었다. 4점 주면서 경기 뒤집힐 때 그라운드 모두가 축 처져 있더라. 분위기를 바꾸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제 승리를 통해 자신감을 만들어갈 때다. 야신의 ‘한화 만들기’는 계속된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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