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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 강정호의 무시 못할 가치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5. 1. 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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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숫자는 9다. 야구규칙 1조 1항은 ‘야구는 펜스로 둘러싸인 경기장에서 감독이 지휘하는 9명의 선수로 구성된 두 팀이 한 명 이상의 심판원의 주재 아래 이 규칙에 따라 치르는 경기이다’라고 돼 있다. 각 팀 9명씩의 선수들은 9이닝 동안 경기를 치른다. 스트라이크 3개씩 3아웃이 모이면 9개의 스트라이크로 1이닝이 끝난다. 각 베이스 간 거리는 90피트다. 9는 야구를 뜻하는 상징과도 같은 숫자다.

메이저리그는 2009년 9월9일을 ‘야구의 날’로 삼아 여러 가지 특별 이벤트를 펼쳤다. MLB.com은 9.9달러짜리 기념품을 팔았고 메이저리그 각 구장들은 99센트짜리 입장권을 팔았다.

메이저리그에서 9번을 달았던 선수들로 ‘올스타’도 선정했다. ‘마지막 4할타자 테드 윌리엄스’와 베이브 루스를 넘어서 61홈런을 때린 로저 매리스가 뽑혔다. 9번 올스타 투수로는 캣피쉬 헌터가 선정됐다. 헌터의 등번호는 27번이었지만 헌터는 더 많은 ‘9’가 붙었던 1999년 9월9일 세상을 떠났다.


야구는 분명 ‘9’의 경기지만 현대 야구에서 더욱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선수는 10번째 선수다. 경기에 투입되는 선수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10번째 선수, 백업 선수의 가치와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 시즌 넥센이 비교적 엷은 선수층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주전과 백업 사이의 경계에 있는 10번째 선수의 활약 덕분이었다.

이성열의 득점생산(RC) 42.19는 전체 66위였다. 9개 구단 체제였음을 고려할 때 다른 팀이었다면 주전이었다. 비슷한 경계에 있던 문우람은 47.94였고, 로티노는 35.52였다. 내야 백업 윤석민의 RC 역시 33.72였다. 넥센의 공격력은 이 4명의 ‘10번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강해질 수 있었다.

막내구단 NC는 외야 백업 권희동이 37.17을 기록했고, 내야 백업 지석훈이 31.25로 단단하게 뒤를 받쳤다. LG가 시즌 막판 4위 싸움에서 이겨낼 수 있었던 것 역시 탄탄한 마운드에 정의윤(32.20), 채은성(25.66)이 힘을 더한 덕분이다. SK가 마지막 1경기까지 끈질기게 따라붙을 수 있었던 데는 역시 임훈(47.89)이라는 탄탄한 좌타 백업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반면, 화수분으로 불렸던 두산의 백업은 예상보다 너무 약했다. 주전 외 최고 RC 선수는 최주환(27.03)이었다. 선수층이 두꺼운 것으로 보였던 롯데의 김문호는 RC가 20.52로 더 낮았다. 한화 김태완(25.60), KIA 김민우(26.52)가 조금 더 강력한 백업 역할을 했다면 팀이 위기에서 벗어나 더 높은 순위에 올랐을지도 모른다.

강정호가 피츠버그와 계약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첫번째 야수가 됐다. 피츠버그 닐 헌팅턴 단장은 “강정호가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면서도 ‘백업’을 언급했다. 데뷔 첫 해 3선발을 꿰찬 류현진과 비교하면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지만 ‘백업’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 어떤 팀이든 내야 파워 히터를 백업으로 둘 수 있다면 팀 전력이 한층 강해질 수밖에 없다. 강정호의 존재는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내셔널리그 특성상 경기 후반 ‘용병술’에 큰 메리트를 안겨준다. 게다가 강정호는 2014시즌 좌완 투수 상대 OPS(출루율+장타율)가 무려 1.498이나 되는, 좌투수 상대 극강의 타자였다.

피츠버그 클린트 허들 감독은 “더 이상 가을야구에서 와일드카드에서만 승리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며 보다 높은 목표를 제시했다. 피츠버그의 선택이 옳았다. ‘백업’ 강정호는 충분히 피츠버그를 강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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