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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의 ‘마이웨이’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5. 2. 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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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28·피츠버그)가 지난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릴 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평가는 둘로 갈렸다. 파워를 갖춘 중앙 내야수라는 평가와 함께 수비력이 떨어지는 데다 메이저리그 적응이 쉽지 않은 코너 내야수라는 혹평이 함께였다. ESPN의 칼럼니스트 키스 로는 스토브리그를 앞두고 ‘파워 갖춘 중앙 내야수’의 손을 들었지만 강정호에 대한 의심스러운 시선은 쉽게 거둬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난다 긴다 하던 일본 프로야구 출신의 내야수들이 줄줄이 실패했던 터였다. 전례와 함께 강정호의 타격폼이 문제가 됐다. ‘레그 킥(leg kick)’이라 불리는, 타격 때 다리를 높게 들어올리는 자세가 문제였다. 다리를 들어올리면 힘을 실을 수 있지만 그만큼 타격의 준비부터 실제 공을 맞히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메이저리그의 빠른 공에 대처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로 많은 국내 전문가들도 강정호의 타격폼이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강정호에 대한 현지 시선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강정호가 피츠버그의 스프링캠프 장소인 미국 플로리다 브래든턴에 조기 합류한 뒤 강정호의 실제 스윙을 지켜본 현지 반응도 썩 나쁘지 않다. 피츠버그의 유망주 소식을 전문으로 다루는 ‘피츠버그 프로스펙터스’는 강정호의 타격 훈련을 지켜본 뒤 “아직 캠프 훈련 중”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힘을 싣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메이저리그의 통계를 전문으로 다루는 팬그래프닷컴은 강정호의 타격폼에 ‘문제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칼럼니스트 댄 판스워스는 강정호의 타격 동작이 메이저리그 최고 타자인 미겔 카브레라에게서 나타나는 힘을 싣는 동작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강정호가 다리를 들어올릴 때 버티는 오른발의 각도, 엉덩이와 허리 라인 등이 단단하게 받쳐주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대개 ‘외다리 타법’이라 불리는 타격 자세는 다리를 든 상태에서 중심을 뒷다리로 옮겼다가 투수 쪽으로 이동하며 때리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빠른 공, 특히 몸쪽 빠른 공 대처에 약점을 지닌다.

강정호의 타격 자세는 일반적인 ‘외다리 타법’과는 다르다. 다리를 들어올리지만 중심 이동이 이뤄지지 않는다. 키스 로 역시 “기본적으로 회전 타법”이라고 설명했다.

염경엽 감독은 강정호의 타격 자세에 대해 “다리를 들어올리지만, 그저 타이밍을 잡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실제 강정호의 ‘레그 킥’은 투수가 다리를 들어올리는 순간 함께 움직인다. 투수의 키킹 동작이 짧으면 강정호의 레그 킥도 함께 짧아진다.

실제 LA 다저스의 백업 내야수 저스틴 터너는 지난 시즌 타율 3할4푼, 장타율 0.493의 강타자로 변신했다. 오픈스탠스와 함께 레그 킥 동작으로의 변화가 의미 있는 숫자 상승을 가져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정호는 현지 피츠버그 프로스펙터스와의 인터뷰에서 “다리 드는 동작은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여기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플레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격폼 수정 없이 간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다. 자신의 것 그대로 도전한다는 것은 선구자로서 갖는 한국 야구에 대한 자존심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그랬듯, 강정호의 레그 킥도 일단 정면 돌파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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