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투수 대런 오데이는 ‘마법사’라고 불렀고, 선발 투수 버드 노리스는 ‘두목’이라고 표현했다. 1루수 스티브 피어스는 ‘미친 천재’라고 불렀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전략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볼티모어 감독 벅 쇼월터다.
쇼월터 감독은 지난해 캔자스시티와의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미친 천재’답게 ‘파격의 한 수’를 들고 나왔다. 불펜이 막강한 캔자스시티는 앞선 디비전시리즈에서 경기 후반 1점을 위해 대주자로 발이 무척 빠른 제러드 다이슨을 기용했고 재미를 봤다. 쇼월터 감독은 다이슨의 도루를 막기 위해 1루수를 베이스에 붙여 견제구를 받게 하는 대신 되려 리드 폭을 넓히는 1루주자 가까이 붙이는 ‘시프트’를 사용했다. 1루수 피어스는 견제구를 받을 때 재빨리 1루로 귀루하며 받았다.
이 동작이 ‘페이크’의 근거를 만들었다. 견제를 하지 않을 때도 피어스가 귀루 동작을 하며 다이슨의 도루 스타트 타이밍을 흔들었다. 이 시프트 포메이션에서는 1루수가 귀루하지 않고 견제구를 받을 수도 있다. 굳이 베이스 앞에서 태그 할 필요 없이 주자가 베이스를 터치하기 전 다리를 태그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루수는 1루에 붙어서 견제구를 받음으로써 견제 아웃 가능성을 높인다는 상식을 파괴한 파격이었다. 다이슨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도루를 1개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쇼월터의 파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쇼월터 감독은 “2루수의 주자 터치아웃 뒤 1루 송구 병살 플레이 때, 2루 베이스 위에서 늘 그렇듯 병살을 막기 위해 1루주자가 2루수를 향해 슬라이딩을 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 적도 있다. 실제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야구 규칙상 문제는 없다”는 해설을 더했다.
2015시즌 KBO리그에서 ‘파격’이 이어지고 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투수 안영명을 1주일 사이 3번이나 선발 등판시켰다. 안영명은 3경기에서 5.2이닝 동안 7자책점으로 방어율이 11.12였다. 실패였을까. 한화는 그 3경기를 모두 이겼다. 선발 투수는 4일 쉬고 등판해 5이닝을 던져야 한다는 상식을 파괴했다. 대신 불펜진에 부담이 더해졌지만 일정상의 어려움을 3승3패로 돌파했다.
파격은 ‘외부효과’를 낳는다. 안영명의 6경기 3번 선발은 ‘궁여지책’에 가까웠지만 7전4선승제의 포스트시즌이라면 다시 한번 만지작거려 볼 만한 카드다.
파격은 또 있었다. KIA 김기태 감독은 고의4구 작전 때 3루수 이범호를 포수 뒤에 배치시키려고 했다. 야구 규칙 위반에 따른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파격의 시도는 새로운 시프트를 고민하게 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 한화 이용규가 17일 넥센전에서 보여준 ‘파격의 번트 안타’는 리그 전체 구단들의 번트 시프트 포메이션을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들었다.
넥센은 지난 수년간 파격적인 벌크업(몸불리기)으로 팀 공격력을 강화했다. 파격이었던 벌크업은 이제 유행이 됐다. 때로 ‘미친 짓’처럼 보이는 시도가 야구의 다양성을 깊게 하고 야구를 살찌운다. 토니 라루사 감독이 ‘1이닝 마무리’를 처음 들고 나왔을 때 역시 ‘미친 짓’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베이스볼아메리카는 선발 투수 8명을 1+1로 배치하는 ‘8명 4선발 로테이션’을 제안하기도 했다. 파격이 야구를 발전시킨다. 현재 애리조나 야구 부문 총책임자로 일하는 라루사 전 감독은 “여전히 야구의 비밀을 캐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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