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규칙 1조 2항, ‘각 팀의 목적은 상대팀보다 많이 득점하여 승리하는 데 있다’. 야구는 점수를 더 많이 내기 위한 승부다. 타임아웃이 없는 경기, 두 팀이 똑같이 갖고 있는 것은 스물일곱개의 아웃카운트다. 아웃을 당하지 않고, 상대의 아웃을 잡아낸다면, 승리의 확률이 높아진다. 영화 <머니 볼>의 빌리 빈 단장이 ‘출루율’을 강조하는 것은, 1에서 ‘출루율’을 뺀 숫자가 바로 아웃을 당할 확률이기 때문이다.
상대팀의 아웃을 늘리는 것은 물론 투수의 구위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 그러나 투수 뒤를 막아주는 7명의 야수가 없다면, 아웃은 포크로 수프를 떠먹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야구는 수비를 통해 완성된다. 한화가 올 시즌 팀 타율 8위(0.261), 팀 방어율 8위(5.19)로도 중위권을 오르내리는 것은 지난 시즌과는 사뭇 달라진 수비 덕분이다. 한화의 수비 효율(DER)은 지난 시즌 62.9%에 그쳤다. 삼미도, 청보도, 쌍방울도 따라가지 못하는 프로야구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올 시즌 한화의 DER는 66.2%로 리그 평균을 웃돈다.
SK 조 알바레즈 수비 코치는 “수비의 기본은 공을 잡아서, 던져서, 아웃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설명이지만, 수비의 기본이다. 타자는 30%의 성공으로도 칭찬을 듣지만 수비는 2%의 실패만으로 욕을 먹는다. 수비의 최고는 ‘야구를 쉬워보이게 만드는’ 플레이다. 아무렇지 않은 듯 펼치는 편안한 야구. 소설 <수비의 기술>에서는 주인공의 유격수 수비에 대해 ‘시간이 그에게만 느리게 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라고 했다.
그 편안함을 가장한 묘기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준비’다. 알바레즈 코치는 안정적인 수비를 위한 기초를 묻는 질문에 “프리페어(준비)”라고 단언했다.
리그 최고 외야수 SK 김강민은 ‘수비의 준비’에 대해서 “일단 타자를 아는 것, 두번째는 우리 투수의 상태를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타자의 타구 성향을 미리 알아둔 뒤 투수의 컨디션을 체크한다. 이를 통해 실제 타구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 마음의 준비를 한 상태에서 떼는 수비수의 첫발은 아웃 가능성을 부쩍 높인다.
발빠른 주자가 1루에 있을 때, 유격수와 2루수의 움직임은 더욱 복잡하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센터 내야수는 투수의 구종 스타일, 타자의 타격 성향, 볼카운트, 점수 상황 등을 모두 고려해서 2루 베이스 커버를 누가 들어올지 서로 결정한다”고 말했다.
야구의 수비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창궐하는 지금에 빗대자면, 예방이다. 예방의 기본은 ‘준비’다. 타자의 성향을 파악하고, 투수의 컨디션을 체크하는 게 우선이다. 야구는 타구 방향에 따라 한쪽을 비우는 적극적인 ‘시프트’도 마다하지 않는다. 정보 역시 공유돼야 한다.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지는지 내야수들이 함께 알아야 하는 게 기본이다. 수년 전 LG의 암흑기 때, 내야수들은 배터리의 사인을 모른 채 경기를 치를 때도 있었다. 내야 땅볼은 안타가 됐고, 투수들은 짜증을 냈고, 내야수들은 욕을 먹었다.
메르스의 시대, 바이러스에 대한 파악도 안됐고, 검역은 실패했으며, 정보 역시 통제됐다. 대책을 세워야 할 누군가는 짜증을 냈고, 수비는 무너졌으며, 실점이 늘고 있다. 야구라면, 이미 진 게임이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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