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수 1명(웨버)이 빠졌다. 100만달러를 줬던 투수(찰리)도 짐을 쌌다. 2년 전 신인왕, 지난해 가을야구 1선발이었던 투수(이재학)는 올 시즌 개막 두 달 동안 1승에 그쳤다. 선발 로테이션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가 겨우 1명(해커)밖에 없다.
지난 시즌 마무리를 맡았던 투수(김진성)는 시즌 초반 부상을 당해 3세이브에서 멈췄다. 셋업맨 역할을 톡톡히 했던 투수(원종현)는 암 진단을 받아 투병 중이다. 지난 시즌 팀내 최다였던 16홀드를 거뒀던 좌완 구원투수(손정욱)는 올 시즌 홀드가 1개도 없다. NC의 마운드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붕괴’되는 게 맞다.
타선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외국인 타자(테임즈)와 지명타자(이호준)가 펄펄 날기는 했지만 주전 유격수(손시헌)의 타율은 여전히 1할대다. 3번타자 나성범의 타율은 5월15일까지 0.258이었고, 중견수 이종욱의 타율은 0.248이었다. 22일 현재 NC의 팀타율 0.284는 리그 3위다. 팀 방어율 4.40은 리그 4위다. 그런데, NC의 팀 순위는 삼성에 앞선 1위다. 기적에 가깝다.
시즌 전 많은 전문가들이 “외국인 투수 축소와 불펜 불안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KBO리그의 모든 팀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숙제가 ‘불펜 만들기’인 가운데 그럭저럭 돌아가던 불펜진의 이탈과 부진은 시즌 운영에 치명적인 적신호다. 그런데, NC의 불펜은 마무리가 다치고, 좌우 최다 홀드 투수들이 사라진 가운데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 시즌 NC의 구원 방어율은 4.34(리그 2위)에서 올시즌 4.26으로 떨어졌다. 리그 순위는 4위로 주춤했지만 불펜의 단단함을 지키고 있다.
열쇠는, ‘팀’이다. NC 김경문 감독은 지난 시즌 그라운드를 뛰는 주전 중심의 야구가 아니라 벤치 중심의 야구를 펼쳤다. 야구는 26명의 팀 전체가 힘을 모으는 경기다. 김 감독은 “가장 멋지고 기쁜 경기는 벤치에 앉아 있던 선수들이 경기 후반 좋은 활약을 해줘서 이기는 경기”라고 말했다. 그리고 올시즌, 그 시선이 2군으로 더 넓어졌다. 이제 NC는 26명의 야구가 아니라 60명의 야구를 한다.
올 시즌 8홀드씩을 거둔 최금강과 임정호는 지난 시즌 거의 2군에 머물렀던 선수다. 선발 이태양은 지난 시즌 15.1이닝밖에 던지지 않았다. 야수에서도 새 얼굴들이 계속해서 1·2군으로 오르내리며 팀 전력에 힘을 더한다. 감독 시선의 확대는 캠프의 변화에서 비롯됐다.
NC는 올 시즌 스프링캠프를 미국에서만 치렀다. 애리조나와 LA를 거쳤다. 선수단 규모가 역대 최대였다. 출발 인원이 선수만 60명이었다. 거의 구단이 통째로 움직였다. NC는 스프링캠프에 ‘사막의 질주(Desert Drive)’라고 이름 붙였다.
그 질주의 효과다. 김 감독은 퓨처스(2군)와의 소통에 대해 “1·2군 투수 코치들끼리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나는 (2군에) 주로 야수 쪽 얘기를 한다”라며 “캠프 규모가 컸다. 그때 봤던 선수들이 머릿속에 있으니까, 그 선수들에 대한 보고서를 잘 들여다보면 이 선수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올라와서 어떻게 할지가 그려진다”고 말했다. 캠프의 확대는 감독의 시야를 넓혔고, 선수단 운영 폭을 키웠다. 9명의 야구보다 26명의 야구가, 그보다 60명의 야구가 강한 것은 당연하다. 사막의 질주가, 2015시즌 중반, 공룡의 질주로 이어지고 있다.
이용균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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