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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윤의 ‘내일이 있는 야구’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5. 9. 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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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2차 1라운드로 지명됐고, LG에서 10.5시즌을 보냈다. 군생활 2년을 뺀 8.5시즌의 통산 타율 0.261, 통산 홈런 31개. 시즌 평균 홈런 4개. 한 시즌 최다 홈런 8개.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거포 가능성이 점쳐졌다. 부산고 시절 만루에서도 고의4구를 얻어내는 타자였다. 몇몇 거포 유망주들이 그랬듯, 잠실에서 꽃을 피우지 못했다. 올 시즌 중반 SK로 트레이드됐고, 4년 전 박병호가 그랬던 것처럼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됐다.

정의윤은 트레이드 뒤 48경기에 나와 타율 3할1푼4리, 11홈런, 36타점을 기록 중이다. 이미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넘어섰다. 박병호가 2011년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뒤 때린 홈런이 12개다. 박병호가 이듬해 리그 홈런왕이 됐던 길을 따라갈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조금씩 자라는 중이다.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지난 7월 트레이드된 뒤 타격 폼과 방망이를 모두 바꿨다. 열쇠는 ‘힘은 충분하다’였다. 정의윤의 장점은 파워인데, 그 파워를 너무 강하게만 하려 한 게 문제였다. 타격 준비 자세에서 손의 위치를 귀 뒤에서 가슴팍 근처로 끌어내렸다. 안 그래도 힘이 좋은데, 더 큰 힘을 내겠다고 끌어올린 상태에서 스윙을 시작한 게 오히려 스윙 궤적과 타격 타이밍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타격 때 지나친 중심이동도 줄였다. 힘을 더 싣기 위한 중심이동이 스윙을 일찍 엎어지게 만들었고 타구의 각에 악영향을 미쳤다.

정의윤의 힘이라면 굳이 중심이동을 많이 하지 않더라도 몸의 회전만으로 타구를 멀리 보낼 수 있다. 정의윤의 타격폼은 박병호처럼 바뀌고 있는 중이다.

방망이를 바꿨다. 지난 8월 중순 광주 원정 때, 정경배 코치의 조언대로 최정의 방망이를 한 번 써본 게 계기가 됐다. 길이와 무게를 모두 늘렸다.



정의윤은 “연습타격 때 감이 정말 좋았다. 왜 지금까지 이렇게 안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광주 원정을 마친 뒤 목동으로 이동해 바로 방망이를 바꿨고, 동갑내기 절친 박병호가 보는 앞에서 시즌 3호 홈런을 터뜨렸다. 앞서 쓰던 방망이는 모두 치워 버렸다. 쓸데없는 힘의 낭비를 줄이고, 이를 방망이의 무게로 채웠다. 타구의 정확도와 비거리가 모두 늘었다.

변화를, 변신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은 정의윤 스스로의 역할이었다. 정 코치는 “무슨 말만 하면 너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너무 열심히 적용한다”고 말했다. 정의윤이 변화를, 변신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내일이 있는 야구’ 덕분이다.

정의윤은 “이전에는 내일이 없었다”고 했다. “내일은커녕 다음 타석도 없었다. 이번 타석에서 뭔가를 하지 않으면 끝이었다”고 했다.

힘을 보여주지 않으면, 다음 타석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모든 타격폼은 힘에만 맞춰져 있었다.

정의윤은 “그런데 지금은 내일이 있다. 다음 타석도 있다. 그러니까, 야구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이번 타석에서 뭐가 안되면, 다음 타석에는 이를 고쳐야지 하고 고민하게 된다. 어제도 삼진당한 장면을 계속해서 다시 보기로 살펴봤다. 뭐가 문제였는지, 그럼 내일은 가서 이렇게 해봐야지 생각하고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내일이 있는 야구가 보여주는 성장의 힘이다.

지금 이 땅이 ‘헬조선’으로 불리고, ‘노오력’이 무용하게 느껴지는 건, 청춘에게 내일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내일이 없으면, 제아무리 거포 유망주라도 ‘노오력’은 헛되고, 야구장은 ‘헬그라운드’가 되기 마련이다.


이용균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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