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마무리되고 있다. 22명의 FA 중 19명이 계약한 가운데 이들의 연봉 총액은 720억원을 훌쩍 넘겼다. 7일까지 발표된 계약 중 가장 큰 금액은 삼성에서 NC로 이적한 3루수 박석민이었다. 박석민은 NC와 4년간 최대 96억원에 계약했다. 이제 100억원이 눈앞이다.
FA 계약은 한·미·일을 통틀어 모두 위험한 계약이다. 선수의 미래 성적을 완벽하게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수많은 고액 FA 선수들이 이후 부상과 부진 등으로 ‘먹튀’라는 별명을 얻어야 했다. 돈을 쓰는 구단 입장에서는 속이 터질 일이다.
각종 통계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분야의 미래를 예측하는 538.com은 2010년 뉴욕타임스에 만들어졌다가 2013년 ESPN에 팔렸다. 이 사이트를 만든 네이트 실버는 미국 대선 예측으로 단숨에 유명인이 됐다. 2008년 미국 대선 때는 50개주 투표 결과 중 49개주의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했고, 2012년 대선 때는 50개주 투표 결과를 모두 맞혔다.
네이트 실버는 원래 야구 통계를 다루던 인물이었다. 경제관련 컨설턴트로 KPMG에서 일했던 실버는 ‘재미 삼아’ 야구 통계 예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기록을 바탕으로 이 선수들의 미래 성적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으로 PECOTA(Player Empirical Comparison and Optimization Test Algorithm)라는 이름을 붙였다. PECOTA는 베이스볼프로스펙터스의 중요한 예측 시스템이 됐다. 예측의 대가로 평가받는 실버조차도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일이 야구 선수의 미래 성적을 예측하는 일보다 훨씬 쉽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FA, 특히 거물 FA의 영입은 단지 팀 전력에 보탬이 될 야구 기록, 해당 선수의 미래 성적만을 고려하지 않는다. 토니 라루사 애리조나 야구부문 총책임 사장은 세인트루이스 감독 시절 FA 선수 영입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언급했다. 라루사 사장은 “슈퍼스타는 팀에 새로 왔을 때 모든 선수들의 관심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라루사에 따르면 FA 선수는 단지 플레이하는 모습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타석에서 어떻게 치느냐, 마운드에서 어떻게 던지느냐는 물론이고 더그아웃에서 어떻게 앉아 있는지, 어떤 말을 하는지, 경기 중에 어딜 쳐다보고, 경기가 끝난 뒤 어떤 일을 하는지가 모두의 관심을 끈다. 동작 하나하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팀 전체에 쉽게 전염된다. 특히 팀의 어린 선수들은 대형 스타 선수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영향을 받는다. 아, 저렇게 하면 되는구나 혹은 저렇게 해도 되는구나. 지나치게 많은 금액을 주는 것도 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메이저리그 통계에 따르면 특정 선수의 몸값이 팀 연봉 총액의 일정 수준을 넘어갈 경우 가을야구 진출 확률이 뚝 떨어진다. 한 명에 의존하는 팀 분위기가 전체적인 팀워크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FA의 선택은 그래서 중요하다. 자칫 성적만 보고 뽑은 FA가 팀 전체에 마이너스 효과를 줄 수 있다. 그 선수의 성적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팀 전체 성적이 곤두박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야구는 공이 아니라 사람이 중요한 종목이다. 물론 세상도 정치도 모두 마찬가지다.
이용균 nod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