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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박수를 보고 싶다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6. 1. 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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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는 힘이 된다. 두 손을 마주치는 동작 안에 동의와 격려, 축하와 환영, 기쁨과 응원을 담는다.

박수가 점점 귀해지고 있다. 동의할 일도, 격려할 일도 점점 줄어든다. 뒤로 가는 세상은 먹고사는 이유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 데 익숙하다. 함께 서로를 마주할 일도, 마주 보며 박수를 칠 일도 없다. 승자는 패자를 조롱하고, 패자는 승자를 시기하는 것이 경쟁을 통한 발전의 밑바탕이라는 묘한 신앙이 제대로 자리 잡았다. 그리하여 박수는 또 줄어든다.

적어도, 야구에서는 보고 싶다. 그 박수.

2016년, 한국프로야구 35번째 시즌이 시작된다. 10개팀으로 치르는 2번째 시즌, 새 구장 2개가 생겼다. 새 구장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박수를 보고 싶다. 새 구장에서 넘쳐나는 기대감을 담은 박수를 보고 싶다. 이 구장들이 정치적 계산 속에서 또 다른 시기와 질투의 공간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박수를 보고 싶다.

많은 선수들이 팀을 옮겼다. 자의로, 혹은 타의로. 누군가는 떠났고, 누군가는 돌아왔다.

떠난 이들이 옛 홈구장으로 돌아와 타석에, 혹은 마운드에 섰을 때 울려퍼지는 따뜻한 박수를 보고 싶다. 이제는 적이 됐다는, 배신을 담은 야유 대신, 함께했던 옛 추억을 떠올리는, 축하와 환영의 박수를 보고 싶다. 박수와 인사, 인사와 박수가 어우러지는 그래서 다시 하나가 된, 지금 세상에서 보기 드문 장면을 야구장에서는 보고 싶다.

새로 시작하는 이들을 향한 박수가 보고 싶다. 갓 입단한 선수도, 새로 주전 후보가 된 선수도, 더 큰 무대 메이저리그에 나서는 선수도 시작이라는 무게감은 자리를 가리지 않는다. 박수는 그 무게를 가볍게 만들어준다.

마찬가지로 떠나는 이들을 향한 박수가 더욱 보고 싶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많은 추억을 함께 만든 이들이 스파이크를 벗고, 유니폼을 개어 옆으로 비켜놓았다. 그중 아무도, 마지막 경기의 박수를 받지 못했다. 그 어떤 팬도 그를 떠나보내는 마지막 경기의 박수를 보낼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 마지막 박수의 권리는 받는 선수가 아닌, 떠나는 팬들의 몫이다.

새 시즌, 또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시즌이 된다. 승리를 위한 안타 1개, 출루 1개, 아웃카운트 1개도 중요하지만 승리보다 더 큰 가치가 야구에는 있다는 것을 이번에는 보여줬으면. 그를 사랑했던 많은 팬들이 그의 은퇴 경기, 마지막 스윙, 마지막 투구를 박수와 함께 눈이 아닌 가슴에 깊이 새길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길. 그래서 영원히 잊지 못할 큰 박수를 보낼 수 있기를.

희생번트에 쏟아지는 박수를 보고 싶다. 진짜 좋은 번트는 감독석이 아니라 관중석에서 박수가 쏟아질 때 완성된다. 심판을 향한 박수를 보고 싶다. 판정의 결과가 아니라 판정을 위한 노력에 쏟아지는 박수를 보고 싶다.

그리고 함께 나누는 박수를 보고 싶다. 승리를 향한 박수가 아닌, 최선에 대한 공감에서 우러나오는 박수를 보고 싶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향한 박수를 보고 싶다.

그 박수는 힘이 세다. 그러고 보니, 2015년 야구의 마지막은 박수였다. 2위 삼성은 1위 두산 선수들에게 박수를 선물했다. 2016년 새해, 그 박수를 또 보고 싶다.


이용균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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