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꼭 칭찬만이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남자를, 선수를 분발하게 하는 특별한 것들이 있다.
‘마지막 4할타자’ 테드 윌리엄스는 야구장 주변과 사이가 썩
좋지 않았다. 탁월한 야구 실력을 가졌지만 팬들과도 미디어와도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역사상 최고 타자 중 한 명이었음에도
MVP를 2번밖에 수상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MVP 투표 2·3위에 머물렀던 시즌이 5번이나 됐다. 성격이 괴팍해서가
아니었다. 윌리엄스는 스스로 “주변 사람들을 모두 적으로 만들어 스스로 고독해진 다음에, 이를 바탕으로 자신을 불태우는
스타일”이라고 밝혔다. 윌리엄스를 분발하게 만든 것은 오히려 ‘주변의 싸늘한 시선’과 ‘고독’이었다. 배리 본즈 역시 비슷한 길을
걸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함께했던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고독하지만 항상 준비가 돼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넥센 이택근은 발이 빠르지만 ‘대도’로 평가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30도루는커녕 20도루도 한 번 없었던 이택근은 2009년 도루 43개를 성공시켰다. 시즌 뒤 한 인터뷰에서 “오빠는 뛸
때가 가장 멋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거침없이 달렸고 도루 3위에 올랐다. 박병호가 아내 이지윤씨와 결혼했을 때는
LG에서 넥센으로 막 트레이드됐을 때였다. 잠재력은 있었지만 연봉은 4200만원이었다. 아내는 “돈은 내가 벌 테니 야구에만
신경쓰라”고 했다. 박병호는 이후 4년 연속 홈런왕이 됐고, 메이저리거로 새 시즌을 맞는다.
김현수는 고교 졸업 당시 신인 지명을 받지 못한
‘신고선수(현 육성선수)’였다. 리그 최고 타자로 성장했고,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와 계약했다.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분발의 계기를
털어놓았다. 김현수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한 대회를 우승했고, 어머니와 함께 외식 뒤 택시를 탔다. 12살 야구소년
김현수의 꿈은 투수였다. 뉴욕 양키스 마리아노 리베라가 롤모델이었고 박찬호처럼 뛰어난 투수가 되는 게 목표였다. 어머니한테
“박찬호 같은 훌륭한 선수가 될래요”라고 자랑했다가 택기사로부터 면박을 들었다. “100년 만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뛰어난
투수를 함부로 목표 삼지 말라”는 타박이었다.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말라는 뜻이었다.
소년 김현수는 고개를 숙였지만 마음까지 내려놓지는 않았다.
타자로서 메이저리거를 눈앞에 뒀다. 박찬호처럼 뛰어난 메이저리거가 될 기회를 잡았다. 김현수는 “그 택시기사 분을 뵙고 싶다.
어쩌면 덕분에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밥 한번 사고 싶다”고 했다.
분발의 계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볼티모어와의 계약을
위해 지난해 말 미국에 머물 때였다. 식당에 갔는데 김현수가 야구선수인 줄 몰랐던 식당 주인이 한마디 했다. “이민 올 예정인
모양인데, 이민 와서 살아남으려면 정말 열심히 일해야 한다. 하루라도 쉬면 안된다”고 했다. 김현수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정말, 하루도 안 쉬고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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