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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라운지]일흔넷, 노장의 또 다른 변신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6. 1. 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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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아직까지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 외 나머지 2명에 대한 계약을 마무리짓지 못했다. 김성근 감독은 최근 “외국인 타자 2명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투수 2명, 야수 1명이 일반적인 흐름이지만 여기에 변화를 주겠다는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마땅한 투수감이 없기 때문”이지만 김 감독이 복귀 후 첫 시즌을 겪으며 리그 변화에 적응했고 이에 따라 경기 운영 스타일이 변할 가능성이 읽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 감독의 야구는 ‘압박’의 야구다. 1점을 짜내 그 리드를 바탕으로 상대를 조여들어간다. 번트는 김 감독의 강력한 압박용 무기였다. 다양한 투수를 마운드에 올리는 ‘벌떼 불펜’ 역시 1점에 대한 압박을 최대화시키는 운영방식이었다.

논란을 일으켰던 큰 점수차 필승조 등판 역시 3연전의 첫 판,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였다. 상대팀에 ‘점수 내기가 어렵네’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장치였다. 지난 시즌에서 여러 차례 나왔던, 무리해 보였던 홈 주루 역시 투고타저의 ‘저득점 환경’에서 효과를 보는 스타일이다. 1점의 크기가 클 때 수비와 중계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타고투저 환경에서는 압박의 효과가 크지 않다.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였던 2014시즌을 겪어본 상대팀 선수들은 2015시즌 김 감독의 번트에 흔들리지 않았다. 줄 점수는 주고, 나중에 뽑으면 된다는 식으로 편하게 플레이를 했다. 1~2점을 앞서기 위한 번트는 ‘한 방’의 가능성에 쉽게 무너지곤 했다.

3연전의 첫 판을 대패하더라도 다음날 툭툭 털고 다시 경기하는 게 어느새 익숙해졌다. 리그의 타자들은 어떤 불펜 투수도, 어떤 마무리 투수도 두들겨 무너뜨릴 수 있다는 태도로 타석에 들어섰다. 전반기에 잘 만들어놓은 권혁, 박정진의 ‘이름값’만으로는 상대에게 압박을 줄 수 없었다. 야수들은 3루를 돌아 홈으로 쇄도하는 주자의 움직임에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고 정확한 송구를 했다.

2015시즌 막판, 변화의 조짐이 조금이나마 나타났다. 2번 타순에 ‘작전 수행용’ 타자를 넣는 대신 상위타선을 잘 치는 타자로 채워넣었다. 번트 숫자도 조금 줄었다.

여기에 2016시즌을 앞두고 꺼낸 외국인 타자 2명 기용은 압박의 방향을 바꾸겠다는 행보로 보인다.

올시즌은 비교적 반발력이 낮은 축에 속하는 SKY라인사의 단일구로 치러진다. 하지만 리그 전체의 타고투저 현상이 곧바로 완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게다가 2년 연속 겪은 극심한 타고투저의 흐름은 리그 참가자 대부분의 ‘심리 상태’를 타고투저 상황으로 바꿔놓았다. 번트와 벌떼 마운드보다는 타격의 힘이 더욱 큰 ‘압박’용 카드로 사용될 수 있다.

정근우-이용규로 이어지는 테이블세터진에다 김경언, 김태균, 최진행에 더해지는 외국인 타자 2명의 무게감이라면 상대로 하여금 ‘압박’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한 타선 구성이 더해진다면 김 감독의 ‘압박카드’가 타고투저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실제 김성근 감독의 과거 시즌 성적은 투고타저일 때 강했고, 타고투저일 때 비교적 약했다. 김 감독의 ‘압박 야구’에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고, 이제 김 감독은 외국인 선수 구성의 변화를 통해 ‘타고투저’의 시즌에 도전한다.

모든 발전은 과감한 변화에서 시작된다. 김 감독 스스로도 “변화를 두려워하면 성장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일흔넷,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장의 야구는 얼마나 바뀔 수 있을까. 또다시 팬들의 눈이 김 감독을 향하고 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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